신발장을 정리하다 첫째 아이의 첫 신발을 보고 몇 년 전 끼적였던 글을 찾았다. 다행히 남아있었네.
이제 여섯 살이 된 첫째는 발이 큰 편이다. 현관 앞에 제법 큰 신발이 놓여 있는 것을 보며, 내가 알 수 없는 세계로 떠나고 있는 딸아이의 세상을 상상해본다. 요즘 들어 부쩍 놀이터에서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고 친구와 집에서 놀 때도 방문을 잠그려 한다. 벌써 품을 떠나려는 것일까 덜컥 겁이 나다가도 고개를 끄덕여본다. 너의 세계를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언제든 함께하고 싶다고, 늘 여기서 기다리겠노라고.
이제는 그 신발을 물려 신을 둘째 아이에게도 4년 전 그때와 여전히 같은 말을 해주고 싶다. 사실 아이들이 손을 잡아주는 사람이 될지, 손이 필요한 사람이 될지는 모른다. 그 어느 쪽의 사람이 되든 간에 잡을 손이 있는 삶이라면 그걸로 충분할 거라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