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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진 Nov 11. 2021

"코로나 때문에요."

'코로나가 성별과 무슨 상관이 있나요?'



자동차 정비를 받으러 간 날이었다. 오전 10시 반 예약이라 일찌감치 출발해 15분 전에 도착했다. 며칠 전부터 10시 반에 입고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메시지도 왔던 터라 늦으면 안 되겠다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정비는 11시가 다 되어서야 시작되었다.


'그래, 앞차의 정비가 오래 걸려 늦어질 수도 있지.' 하여 그에 대한 불만은 없었다.


정작, 나의 불편함은 정비소의 고객대기실에서 발생했다. 정비소 사무실 1층 한쪽에 마련된 고객대기실에 들어가려는데 옆 계단 쪽에 '여성고객대기실'이라는 안내판이 달려있었다.



고객대기실로 들어가려던 나는 순간 멈칫하다 계단을 올랐다. 2층에 여성고객대기실이라고 종이로 써붙인 작은 공간이 보였다.


누군가의 사무실이었는지 골프 연습하는 퍼팅 매트가 깔려있었고 역시 그 사람이 썼을 법한 회전의자 하나가 딱딱한 의자들 사이에 어울리지 않게 놓여 있었다.


안 쓰는 서류를 모아둔 듯한 상자는 아무렇게나 있고 종이컵과 작은 원두커피 기계가 그조차도 휑해 보이는 작은 책상 위에 올려져 있었다. 어두웠고 퀴퀴하고 추웠다.





별생각 없이 그러려니 기다리다 정비 시작이 언제 되는지 물어보려 1층으로 가려는데 원래의 고객대기실이 훤히 내려다보였다.


환하고 따뜻했다. 공기청정기가 돌아가고 있었고, 편한 의자가 여러 개 있었다. 한쪽에는 정수기와 커다란 커피머신, 그 외의 여러 차, 사탕, 휴지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화장실로 가는 입구 역시 그곳에 있었다.


순간 불쾌함이 밀려왔고 용기를 내어 사무실 직원에게 물었다. "왜 여성고객대기실이 따로 있나요?" 그러자 직원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코로나 때문에요."라고 대답했다. '코로나'라는 프리패스 같은 단어에 더 말을 잇지 못하고 2층으로 올라갔다.





'코로나가 성별과 무슨 상관이 있나요?'라고 말할 걸.


고객들의 거리두기가 목적이라면 대기실 별 인원 제한을 두시라고 말할걸.


1층 대기실에 몇 명 이상이 되면 그 뒤에 오시는 분은 2층에서 대기하도록 안내하시는 게 어떠냐고 말할 걸.


그도 아니면 2층 대기실 환경을 동등하게 조성해서 구별하시라고 말할 걸.







정비소에 남성들이 여성보다 더 많이 갈 것 같긴 하지만(그 또한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굳이 따지고 들면 이야기가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생략), 누가 더 많이 가던지 정비하러 온 사람이라면 똑같은 환경에서 기다릴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이런 상황을 차별로 느끼는 내가 이상한 건지 남편에게 물었더니 남편도 내 생각에 동의해주었다. 무심코 지나갈 작은 일일지라도 차별을 경험하는 기분은 언제나 썩 좋지 않다.


나도 정비를 받으러 간 '사람', 그들 말로 '고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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