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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러캔스 Jul 05. 2019

5화. 프라이드

시애틀 쿨가이 - 5

지난주는 프라이드 (Pride) 축제로 시끌했다. 밤늦게까지 거리 곳곳에서 파티가 열렸고 많은 사람들이 그 축제를 즐겼다. 축제의 방점으로 프라이드 퍼레이드도 있었는데 그건 보지 않았다.


도대체 프라이드가 뭔가?

프라이드 상징인 무지개가 여기저기 보인다.

프라이드는 흔히 말하는 LGBT (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당당하게 드러내고 모든 사람들이 동등하다는 것을 좋은 표현으로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런 문화가 생소한 나라에서 온 나로서는 처음에 축제를 보았을 때 조금 당황스럽긴 했다.


길거리에 성별을 판단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많이 다닌다.

놀랬던 것은 그동안 꽁꽁 숨긴 것도 아닌데 이 날은 정말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내 놓고 다니는 모습이었다. 그래서인지 겉모습을 보고는 남자인지 여자인지 전혀 판단이 안 서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에 굉장히 과감했다.


거리 곳곳에는 파티가 열렸다.

그런가 하면 거리와 골목에서는 크고 작은 규모의 파티가 열렸다. 모두들 앰프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흥겹게 즐기고 있었다. 파티가 열리는 주변에는 경찰들도 많이 있었다. 아마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경찰들이 배치되어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놀이터에도 사람들이 가득하다.
프라이드 축제를 홍보하는 나름의 천막들이 보인다.

늦은 시간에 여름의 시애틀은 해가 길다. 그렇지만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 늦은 시간에 놀이터나 근처 공원에 있지는 않았지만 프라이드를 즐기는 순간에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야외 활동을 즐겼다. 사실 프라이드를 지지해서 나온 사람들인지 아니면 그저 우리처럼 지나가다가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이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거리는 마리화나 냄새로 가득했다. 마리화나가 시애틀에서 합법이라고는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보수적인 관점에서 볼 때 거리 곳곳에서 피어나는 마리화나 냄새는 그리 반갑지는 않았다.


축제는 주말 내내 이어졌다. 사실 회사에서도 지난주에 프라이드를 기념하는 행사를 진행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그 축제의 주말 동안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에는 파티를 즐기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일요일로 넘어가는 새벽 3시 즈음에 화재 경보가 울렸다.


처음에는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었지만 건너편에 사는 사람을 통해서 지금 울리는 것은 화재 경보고 모든 사람과 동물들은 대피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부랴부랴 자고 있는 아들을 챙겨서 나갔다.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화재 경보는 종료되었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일층으로 내려갔고 그곳에 이미 도착해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소방관들을 만났다.


화재 경보와 함께 출동한 소방차들이 보인다.


다행히도 건물 내에 화재가 일어나진 않았다. 추후에 이 일에 대해서 건물 관리실에 문의를 해본 결과 프라이드 기간이라 많은 사람들이 술에 취해서 누군가가 일부러 화재 경보를 눌렀을 것 같다고 했다. 물론 내 머릿속에는 화재 경보가 울리기 전에 들렸던 (정확한 시간은 비몽사몽이어서 알 수 없지만 추측으로) 몇 번의 폭죽 소리가 화재 경보와 연관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듯 저렇듯 프라이드 축제는 끝이 났고 거리는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몇 번의 해프닝이 있었지만 처음 보는 축제를 경험한 것으로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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