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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러캔스 Jun 14. 2019

4화. 나는 캐피톨 힐에 산다

시애틀 쿨가이 - 4

캐피톨 힐에서의 생활


사실 처음부터 캐피톨 힐 (Capitol Hill)에 살 생각은 없었다. 회사에서 마련해 준 임시 거주처에서 있는 동안 우리가 살 집보다 아들의 어린이집을 먼저 알아봤다. 한국에서 연락을 했을 때나 어린이집 투어를 했을 때는 보통 6-12개월을 기다려야 자리가 난다는 말만 들었었다.


운이 좋았던 걸까? 다행히도 한 어린이집에서 바로 등원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래서 아내에게 자유를 주기 위해서 아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기 시작했는데 그 어린이집이 캐피톨 힐에 있었다.


그 뒤에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몇 군데 둘러보다가 어린이집에서 가깝고 다른 곳에 비해서 저렴한 캐피톨 힐의 한 아파트에 살게 되었다.


사람 사는 곳 다 똑같겠지

캐피톨 힐에는 파티하는 사람들이 많다, 젊은이들을 위한 동네다 등의 의견이 많았다. 그래도 사람 사는 곳인데 다 똑같지 생각했으나 조금은 다른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캐피톨 힐은 장단점이 극명하게 나뉘는 지역이라 생각한다. 장점은 주변에 레스토랑, 즐길거리 등이 많다. 하지만 아무거나 먹지 않는 아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은 별로 없고 외식비도 만만치 않아서 우리 가족에게 큰 장점은 되지 못했다. 또 다른 장점으로는 다운타운과 가까워서 마음만 먹으면 걸어서 웬만한 관광 명소를 갈 수가 있다. 마지막으로 회사와 가까워서 도보로 출근이 가능하다. 두 번째 세 번째 장점은 사실 굉장히 크게 다가왔다. 시애틀 다운타운은 은근히 복잡하다. 그리고 차를 타고 갔을 때 길을 한 번 잘못 들면 일방통행의 늪에 빠지게 되는데 걸어서 갈 수 있다 보니 이런 불편함은 줄일 수 있다.


단점을 꼽자면 첫 번째로 주변에 정말 나이트클럽이 많다. 그래서 아이를 키우기에는 부적절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고 밤에 조금은 시끄럽다. 물론 캐피톨 힐 어디에 사는지에 따라서 다를 수 있겠지만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중심가이다 보니 소음이 더 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 노숙자들이 많다. 시애틀에는 노숙자들을 위한 시설(이라고 해봐야 텐트촌)과 복지(는 정확히 모르지만)가 좋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겨울에 비가 많이 오는 시애틀이지만 노숙자를 많이 볼 수 있다. 어쩌면 미국 전역에 걸친 사회적 문제일지도 모르나 길을 가다가 노숙자를 많이 만나는 것은 그리 좋지만은 않다. 마지막으로 (사람에 따라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순수한 개인적인 의견으로) 동성애자들이 많다. 이 지역에는 동성애자들을 위한 클럽, 가게 등이 많은데 그렇다 보니 많은 동성애자들이 몰린다. 단점으로 꼽은 것은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으로 굳이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이런 환경에 많이 노출시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동성애자들이 나쁘거나 잘못되었다는 입장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 아이에게 어릴 때부터 이런 환경에 많이 노출시켜주고 싶지는 않다.


장점과 단점이 극 명확한 곳에서 10월까지는 살아야 한다. 그 뒤에는 이사를 갈지 아니면 조금 더 살아볼지 결정해야 된다. 살다 보면 사람 사는 곳은 웬만하면 다 똑같으니 더 좋아질 수도 있고 더 싫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도 주변에 놀이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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