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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러캔스 Jun 12. 2019

3화. 미용실

시애틀 쿨가이 - 3

사람들은 내 머리에 관심이 없다.


사실 생각해보면 한국에서도 그렇고 미국에서도 그렇고 사람들은 내 머리에 관심이 없다. 다만 나 자신만이 내 머리에 관심을 갖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다른 사람에게는 똑같은 머리로 보여도 어느 날은 머리가 이쁘다고 생각되는 날이 있고 어느 날은 머리가 안 이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한국에서는 오로지 한 곳만.

나는 항상 가던 미용실만 갔었다. 어릴 때는 목욕탕에 있는 이발소에 갔었고 조금 커서는 블루클럽을 다니다가 대학생이 된 뒤로는 기숙사 미용실을 주로 갔었다. 그리고 사회에 나온 뒤로 몇 번 바꾸기는 하였으나 미국에 오기 전까지는 5년이란 시간을 한 미용실에서 한 사람에게 머리를 맡겼었다.


한국에서는 나름 브랜드 미용실의 VIP가 되었었다. 그러다가 5년이란 시간을 함께한 미용사가 개업을 해서 그쪽으로 옮긴만큼 한 곳에서 또는 한 사람에게 머리를 오랫동안 깎아왔다. 그랬던 내가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머리를 깎아야겠단 생각을 가진 뒤로 어디에서 깎을지 하는 고민과 검색을 굉장히 많이 하였다. 사실 한국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머리를 한 번 더 정리하려고 하였으나 시간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에 미국에서 머리를 깎으러 가야겠다고 생각하기에는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미국에서는 과연 어디에서 머리를 깎아야 할까?

인터넷을 통해서 검색을 하였으나 어디가 좋은지 가격은 얼마인지 잘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같이 일하는 친구에게 머리 어디서 깎냐고 물었더니 "Great Clips"라는 곳에서 깎는다고 하였다.


구글에서 Great Clips를 검색하면 굉장히 많은 지점이 나온다.

Great Clips를 구글에서 검색하면 많은 지점이 나온다. 그리고 각 지점에서 몇 분 정도 대기를 해야 하는지 정보도 볼 수 있다 (미리 웹 또는 앱에서 Check In을 해놓고 시간 되면 가기만 하면 된다). 때마침 이사를 가려고 했던 곳 근처에 Great Clips가 있어서 한 번 들렀다.


이건 내가 원하던 것이 아니야.

미국과 한국에서 선호하는 머리 스타일은 분명 다르다. 개성 넘치는 친구들과 빡빡이 친구들이 많은 미국에서 어떤 머리를 할지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구글에서 미국에서 인기 있는 남자 머리를 찾은 후 그중에서 그나마 괜찮아 보이는 것을 들고 갔다. 그리고 그렇게 잘라달라고 했다.


내가 보여준 사진이 좀 짧은 편이긴 하였으나 담당 미용사는 머리를 과감하게 잘랐다. 한국에서 봐왔던 층을 내면서 세심하게 자르는 느낌은 없었다. 그저 미용사가 생각한 모양이 나올 때까지 마구 잘랐다. 머리를 다 자른 후 한국에서처럼 머리를 감겨주는 서비스는 없었다. 가격은 20달러 + 팁 (미국에서 굉장히 싼 편이다). 솔직히 팁을 하나도 주고 싶지 않았다. 후에 나름의 손질로 머리가 그리 나쁘게 보이진 않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아무도 내 머리에 관심은 없다) 처음에 머리를 자른 후에는 굉장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한국이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가자면 Great Clips를 폄하하고자 하는 마음은 없고 다만 내 마음에 들지 않을 뿐이다.


미용실을 나선 후 조용히 다운로드하였던 앱을 지웠다. 다시 가고 싶은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아들의 머리를 깎으러 갔을 때는 나름 괜찮았지만 난 다시 새로운 미용실을 찾아야 한다.


정리하면,

1) 한국에서 내가 내던 돈으로 머리를 감겨주고 깎아주는 미용실은 미국에서 아직까진 못 찾았다.

2) Great Clips라는 곳은 한국에서 블루클럽 정도 되는 느낌이었다.

3) 장발 또는 삭발로 다녀야 하나 싶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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