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쿨가이 - 3
사실 생각해보면 한국에서도 그렇고 미국에서도 그렇고 사람들은 내 머리에 관심이 없다. 다만 나 자신만이 내 머리에 관심을 갖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다른 사람에게는 똑같은 머리로 보여도 어느 날은 머리가 이쁘다고 생각되는 날이 있고 어느 날은 머리가 안 이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나는 항상 가던 미용실만 갔었다. 어릴 때는 목욕탕에 있는 이발소에 갔었고 조금 커서는 블루클럽을 다니다가 대학생이 된 뒤로는 기숙사 미용실을 주로 갔었다. 그리고 사회에 나온 뒤로 몇 번 바꾸기는 하였으나 미국에 오기 전까지는 5년이란 시간을 한 미용실에서 한 사람에게 머리를 맡겼었다.
한국에서는 나름 브랜드 미용실의 VIP가 되었었다. 그러다가 5년이란 시간을 함께한 미용사가 개업을 해서 그쪽으로 옮긴만큼 한 곳에서 또는 한 사람에게 머리를 오랫동안 깎아왔다. 그랬던 내가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머리를 깎아야겠단 생각을 가진 뒤로 어디에서 깎을지 하는 고민과 검색을 굉장히 많이 하였다. 사실 한국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머리를 한 번 더 정리하려고 하였으나 시간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에 미국에서 머리를 깎으러 가야겠다고 생각하기에는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인터넷을 통해서 검색을 하였으나 어디가 좋은지 가격은 얼마인지 잘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같이 일하는 친구에게 머리 어디서 깎냐고 물었더니 "Great Clips"라는 곳에서 깎는다고 하였다.
Great Clips를 구글에서 검색하면 많은 지점이 나온다. 그리고 각 지점에서 몇 분 정도 대기를 해야 하는지 정보도 볼 수 있다 (미리 웹 또는 앱에서 Check In을 해놓고 시간 되면 가기만 하면 된다). 때마침 이사를 가려고 했던 곳 근처에 Great Clips가 있어서 한 번 들렀다.
이건 내가 원하던 것이 아니야.
미국과 한국에서 선호하는 머리 스타일은 분명 다르다. 개성 넘치는 친구들과 빡빡이 친구들이 많은 미국에서 어떤 머리를 할지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구글에서 미국에서 인기 있는 남자 머리를 찾은 후 그중에서 그나마 괜찮아 보이는 것을 들고 갔다. 그리고 그렇게 잘라달라고 했다.
내가 보여준 사진이 좀 짧은 편이긴 하였으나 담당 미용사는 머리를 과감하게 잘랐다. 한국에서 봐왔던 층을 내면서 세심하게 자르는 느낌은 없었다. 그저 미용사가 생각한 모양이 나올 때까지 마구 잘랐다. 머리를 다 자른 후 한국에서처럼 머리를 감겨주는 서비스는 없었다. 가격은 20달러 + 팁 (미국에서 굉장히 싼 편이다). 솔직히 팁을 하나도 주고 싶지 않았다. 후에 나름의 손질로 머리가 그리 나쁘게 보이진 않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아무도 내 머리에 관심은 없다) 처음에 머리를 자른 후에는 굉장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한국이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가자면 Great Clips를 폄하하고자 하는 마음은 없고 다만 내 마음에 들지 않을 뿐이다.
미용실을 나선 후 조용히 다운로드하였던 앱을 지웠다. 다시 가고 싶은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아들의 머리를 깎으러 갔을 때는 나름 괜찮았지만 난 다시 새로운 미용실을 찾아야 한다.
정리하면,
1) 한국에서 내가 내던 돈으로 머리를 감겨주고 깎아주는 미용실은 미국에서 아직까진 못 찾았다.
2) Great Clips라는 곳은 한국에서 블루클럽 정도 되는 느낌이었다.
3) 장발 또는 삭발로 다녀야 하나 싶은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