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쿨가이 - 6
오늘은 비가 많이 왔다. 그러면서 문득 미국 독립기념일부터 근로자의 날까지가 시애틀의 진짜 여름이라고 한 말들이 떠올랐다. 지난 주가 근로자의 날이었는데 다행히도 지난주까지는 날씨가 괜찮았다. 오늘부터 일기예보를 보니 일단 일주일 중 절반 이상은 비가 오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그러면서 일몰도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낮의 길이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지난 7월에는 한국에서 가족들이 방문했다. 약 10일간의 일정으로 여행을 가게 되었는데 그동안 여행자로서 느껴보지 못한 시애틀 여행자 삶도 느낄 수 있었다. 그전까지는 시애틀에 이렇게 가볼만한 곳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지 않았다. 물론 쉬엄쉬엄 느릿느릿 여행한 까닭도 있었지만 나중에는 일정이 모자라서 가보고 싶었던 곳 몇 군데는 제외할 정도였다.
여행에 참여한 사람들 구성원은 60대 2명, 30대 3명, 초등학생 1명, 미취학 아동 2명. 나이대가 나름 다양한 이유로 한쪽으로 치우친 여행을 하진 못했다. 그래도 아이들 위주의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부모님부터 모두가 동의를 해주어서 여행 일정을 짜는 데는 크게 무리가 없었다.
시애틀에서 총 6일을 보냈는데, 대략적인 일정은 아래와 같았다.
첫째 날 - 스타벅스 로스터리, 유니버시티 빌리지
둘째 날 - 스페이스 니들, 퍼시픽 사이언스 센터
셋째 날 - 아고시 크루즈, 아쿠아리움, 캐리 공원
넷째 날 -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스타벅스 1호점, 껌 벽, 시애틀 프리미엄 아울렛
다섯째 날 - 우드랜드 파크 동물원, 아마존 스피어
여섯째 날 - 보잉 퓨처 오브 플라이트, 스노퀄미 폭포
실제로 정했던 일정과 달랐던 부분도 있었고 사정에 맞게 일정은 그때그때 조금씩 변경되었다.
첫째 날은 한국에서 가족이 오던 날이었다. 장시간의 비행으로 피곤할 가족들을 위해서 일정을 무리하게 짜진 않았다. 공항에 가족을 마중 나간 후 모두를 데리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서 간단하게 점심식사를 마친 후 집 근처에 있는 스타벅스 로스터리로 가는 것으로 일정이 시작되었다.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았다. 물론 평일에도 사람들이 많은 편이지만 여름의 날씨 좋은 시애틀의 주말에 스타벅스 로스터리는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커피 한 잔으로 장시간 비행의 피로를 조금 달랜 후에는 집 근처 공원과 놀이터로 갔다. 어른들은 피곤해하셨지만 아이들은 열심히 뛰어놀았다. 햇살이 좋은 놀이터 의자에서 어머니는 시차로 인해서 조용히 낮잠(?)을 주무시고 계셨다.
애들이 뛰어노는 사이 어느덧 저녁 먹으러 갈 시간이 되었다. 저녁은 유니버시티 빌리지의 딘타이펑에 갔다. 어른들이 어떤 음식을 좋아하실지 몰라서 그래서 느끼하지 않은 것을 고르다 보니 딘타이펑에 가게 되었는데, 조금은 일찍 도착하였기에 유니버시티 빌리지를 조금 둘러보았고 저녁을 먹은 후에는 집으로 향했다. 물론 집으로 향한 뒤에도 해는 지지 않았지만 시차로 피곤할 모두를 위해서 일찍 잠자리에 들게 되었다.
둘째 날은 시애틀의 상징과도 같은 스페이스 니들로 향했다. 약 4개월이란 시간을 시애틀에 있으면서 스페이스 니들 근처 놀이터에는 자주 갔었는데 스페이스 니들을 오르긴 처음이었다. 스페이스 니들을 오르기 위해서는 정해진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시간이 되지 않았기에 스페이스 니들 근처 놀이터 ("Artist at Play" Playground)에서 아이들을 뛰놀게 하였다. 그곳이 익숙했던 아들은 지칠 줄 모르고 뛰어놀았고, 조카들도 열심히 놀았다. 높은 미끄럼틀을 조카가 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기대와는 다르게 중간에 포기하였다.
시간이 되자 스페이스 니들을 올랐다.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서 스페이스 니들에 대한 짤막한 소개를 들은 후 어느덧 전망대에 도착했다. 많은 사람들이 나름의 인증샷을 남기고 있었지만 고소공포증으로 가득한 내 다리는 좀처럼 난간 쪽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였기 때문에 오랜 시간을 보내진 못했다.
점심은 스페이스 니들 근처에 있는 푸드코트에서 해결하였다. 점심을 먹은 후 계획은 원래 두 개가 있었다. 하나는 퍼시픽 사이언스 센터 (Pacific Science Center)를 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치훌리 가든 앤 글라스 (Chihuly Garden and Glass)를 가는 것이었다. 퍼시픽 사이언스 센터는 지난번에 방문했을 때 아이들을 위한 곳이라 판단되어서 부모님을 모시고 치훌리 가든 앤 글라스로 가려고 하였지만 모두 같이 움직이자는 의견 하에 퍼시픽 사이언스 센터로 모두 함께 갔다. 아이들은 언제나처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퍼시픽 사이언스 센터에 있는 모든 것들을 체험해본 것만 같았다. 중간에 어떤 아이의 엄마와 마찰이 있어서 기분이 상하긴 했지만 모두들 재미있게 노는 것에 위안을 삼았다.
추신: 놀랍게도 인물이 들어가지 않은 사진이 너무도 없고 보통은 풍경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하는 나지만 이번만큼은 아이들을 챙기느라 정신이 없어서인지 생각보다 풍경 사진이 없다. 그래서 많은 사진을 싣지는 못했다. 물론 용량 제한도 한몫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