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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러캔스 Jul 21. 2019

3화. 영어로 의사소통

시애틀에서 직장생활 생존기 - 3

생각해보면 영어가 주는 장점이 많다. 시애틀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일을 할 때는 당연히 영어를 쓴다. 한국인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가끔은 한국어로 일에 관련된 대화를 나누겠지만 주변에는 브라질, 인도, 미국 등의 나에게는 외국인인 사람들밖에 없다. 물론 그들 입장에서는 나도 외국인이지만.


어렸을 때부터 영어 공부를 좋아했다. 그래서 인생 통틀어서 계속해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것도 영어 과목이었다. 아무리 영어를 좋아했어도 영어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2007년에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다녀온 것이 도움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내가 원어민이나 영어를 굉장히 편하게 말하는 사람들처럼 유창하게 말하진 못한다. 물론 일상 대화는 가능하지만.


요즘은 아침에는 영어가 잘 되지 않는다. 머리가 굳어버린 것인지 아침에 회의를 하는 날이면 가끔 머리가 깨어나지 않아서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모를 때가 있어서 곤혹스럽다. 그래도 영어로 모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눈다는 것에서 오는 장점은 크다.


삼성에서 일할 때 영어로 얘기를 할 일은 거의 없었다. 아마존 웹 서비시즈 관련 일을 하면서 가끔 채팅으로 외국인들과 대화를 나눈 적은 있었지만 실제로 의사소통을 해야 한 경우는 없었다. 그렇다 보니 모두 한국어로 소통을 하게 되었는데 여기서 오는 괴리감이 있다. 먼저 내 기준에서 몰상식한 몇몇은 직급이 높고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초면에 반말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런 류의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나는 밑에 누가 들어와도 절대로 반말을 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초면에는 반말하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말을 놓았다. 물론 말을 놔도 된다고 허락한 적은 없다.


아마존에서는 내가 입사했을 당시 대표로 계시던 분이 상호 존칭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셨다. 직급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서 서로에게 '님'이라 부르는 문화였다. 대표께서는 반말하는 직원들이 있을 경우 계속해서 모두 모인 자리에서 주의를 주셨다. 물론 한국화가 되다 보니 친해지거나 할 경우 자연스럽게 말을 놓는 사람들도 존재했다. 말을 놓던 문화에서 온 사람들은 특히 더 심했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서로를 존대하는 문화였기에 삼성보다는 좀 더 매니저를 대하는데 유연했다.


시애틀로 오게 되면서는 모든 것이 바뀌었다. 여기도 물론 매니저를 보스로 여기며 중요시하는 사람들이 있고 아무리 서로가 동등한 위치에 놓일 수 있는 영어를 쓴다고 하여도 막 대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2007년 캐나다에 있을 때 느꼈던 나이와 관계없이 모두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다시금 느끼고 있다. 그렇다고 직장 내에서 친구를 사귄 것은 아니지만 (이 부분에 대한 것은 추후에 다루고 싶다). 회의 시간에는 모두들 자신의 의견을 굉장히 자유롭게 펼친다. 매니저를 놀리는 농담을 던지는 사람들도 있다. 나도 그러고 싶으나 영어 실력이 부족해서 그러진 못하고 그저 꼭 하고 싶은 말만 하게 된다. 그래도 언어로 인해서 나누어지는 상하관계는 없다.


물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아침이 되면은 이상하게 머리가 굳어버리면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못 할 때가 있다. 이럴 때는 나에게 가장 익숙한 한국어를 쓰고 싶은데 가 누구도 알아듣지 못하니 어쩔 수 없이 영어로 열심히 설명을 한다. 그리고 아직은 정식으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을 인터뷰할 때가 있다. 한국어로 진행할 때는 모든 것을 한국어로 받아 적었는데 이 때도 조금은 어려웠다 (이 부분은 추후에 다루고 싶다). 여기서는 영어로 인터뷰를 진행하는데 상대방도 영어로 하다 보니 받아 적으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려 도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익숙해지면 이 또한 요령이 생기겠지 하면서 넘기고 있다만 언젠가 큰 곤경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것에 인터뷰 준비에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


언젠가 설국열차에 나오는 것처럼 만능 언어 번역기가 나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만능 언어 번역기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서 영어를 열심히 쓰고 있다. 비록 쉽진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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