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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러캔스 Jul 03. 2019

2화. 내가 거쳐온 길 (하)

시애틀에서 직장생활 생존기 - 2

아마존 웹 서비시즈 상에 올라가 있는 인프라 관리를 처음부터 원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잘 이끌어주시던 파트장님과 계속해서 일을 하고 싶은 생각에 그쪽으로 옮기게 되었는데 이때 개발 쪽으로 다시 빠졌더라면 내 인생이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좋은 쪽인지 나쁜 쪽인지는 알 수 없지만.


모든 것이 낯설었다. 하지만 직전 경험은 꽤나 많은 도움이 되었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학교에서 ssh를 처음 배운 후 실제 일을 하면서 사용해본 적이 없었는데 클라우드를 만나게 되면서 ssh는 아주 친근하게 되었다. 그리고 미들웨어를 설치하고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도 직전의 경험으로 인해서 익숙해졌었다.  항상 무언가를 설치할 때는 모두가 따라 할 수 있도록 가이드를 만들어놓곤 했고 필요할 때마다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순수 인프라 관리와 OS 관리만을 하다 보니 미들웨어를 다룰 기회는 사실상 거의 없었다. 그건 다른 팀의 몫이었다. 그래도 이 기회에 아마존 웹 서비시즈에 대해서 공부하고 배울 수 있던 점은 굉장한 경험이었다.


이 때도 내부에서 업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 간단한 개발은 계속해서 진행했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시금 개발 쪽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는 인프라 관리가 많은 것을 배울 수는 있었지만 그리 재미가 있진 않았다. 특히나 장애가 항상 날 수 있기 때문에 퇴근 후에도 연락을 받는 일이  종종 있었고 고객으로부터 전화를 받는 것도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같은 팀에서 제품 개발을 위해서 또 다른 파트가 만들어졌는데 그때 그룹장님과의 면담으로 다시금 개발을 할 수 있었다. 같이 일했던 사람들도 잘 알던 사람들로 구성되어있었고 다들 개발에 나름 흥미를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라 시너지가 괜찮았다. 다만 문제가 있었다면 회사에서 지시가 내려와서 만드는 제품의 당위성과 그 제품 개발을 관리하는 무책임한 파트장 정도였다. 내가 제품을 만들면서 이 제품이 과연 사용자 입장에서 필요할까를 굉장히 고민하였다. 그러는 와중에 회사가 잠실에서 상암으로 이사 가게 되었는데 당시 용인에 살던 나로서는 출퇴근 시간만 약 3-4시간이 걸렸다. 아침에는 통근 버스를 타고 가서 그나마 조금 나았지만 퇴근시간에는 버스를 타고 강남역에 가서 지하철을 다시 타고 집에 가야 했다. 그 시절에 내 생애 볼 국회의사당과 밤섬 (이라는 섬이 한강에 있는 줄도 몰랐다)을 다 본 것 같다.


출퇴근 지옥을 겪다 보니 이직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일을 하면서 많은 시간을 투자했고 계속해서 미래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아마존 웹 서비시즈에 문을 두드리고 되었다. 인프라 운영 당시 알게 되었단 담당 테크니컬 어카운트 매니저 (Technical Account Manager, TAM)에게 연락을 하여서 아마존 웹 서비시즈에 지원을 하고 싶다고 하였다. 나름 나를 좋게 봐주셨는지 흔쾌히 지원하는데 도움을 주셨다.


(추후에 설명할 기회가 있으면 좋을 것 같지만) 총 여섯 번의 인터뷰를 진행한 후에 합격 통보를 받았다. 생각해보면 내가 가진 것과 수요와 기회가 맞아떨어져서 운이 좋게 합격한 것은 아닌가 싶다. 그렇게 아마존 웹 서비시즈에 테크니컬 어카운트 매니저로써 본격적으로 발을 들인 후 나름 재미있게 일을 하였고 같이 일하던 사람들은 각기 다른 회사에서 온 사람들로 배울 점이 많았다.


조직은 점점 커져갔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매니저도 바뀌게 되었고 고맙게도 새로 온 매니저께서는 나에게 잘 대해주셨다. 그 덕에 힘든(?) 점도 있었지만 프로모션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그렇게 대략 3년이라는 시간을 테크니컬 어카운트 매니저로 보냈다.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고객들에게 전화를 받고 밤낮없이 이슈가 발생할 시에 대응을 해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다른 이들은 내가 고객들을 상대하는 것을 보고는 힘들어하는 모습이 전혀 없었다고 하는데 직업이니까 나름 열심히 했지만 익숙해지진 않았다.


그래서 내부에서 맞는 롤이 있는지 검색을 해보았다 (이 부분도 기회가 된다면 다루고 싶다). 다행히 관심이 가는 롤을 찾았고 그쪽 매니저에게 연락하여 관심을 표하였다. 그리고 또다시 다섯 번의 인터뷰를 진행한 후 현재 시애틀에 오게 되었고, 어느덧 삼 개월이란 시간이 흘렀다. 물론 아직까지는 내 삶과 선택에 만족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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