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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러캔스 Oct 04. 2019

7화. 내부 이동

시애틀에서 직장생활 생존기 - 7

직장 생활을 하면서 2년 정도에 한 번씩 팀 또는 업무를 바꾼 것 같다. 삼성SDS를 다닐 때는 자의로 한 번, 타의로 두 번 팀 및 업무를 변경하였고, 그 주기가 대략적으로 2년 정도 되었다. 아마존 웹 서비시즈에서는 직장 생활 역사상 가장 긴 시간인 3년 6개월을 동일한 업무를 하다가 다른 업무로 시애틀로 오게 되었다. 다른 외국계 회사를 다녀본 경험은 없기 때문에 직접 겪어본 삼성SDS와 비교를 해보면 다른 점이 여러 가지가 있다. 물론 삼성SDS에서 자의로 팀을 옮긴 것이 7년 전이기 때문에 지금은 바뀌었을 수도 있다.


먼저 삼성SDS에서는 일 년에 한 번 오픈 제도를 통해서 팀을 옮길 수 있다. 오픈 제도는 인력이 필요한 부서에서 사내 채용 공고를 내게 되는데 그중에서 자신이 관심 있는 업무와 팀이 있을 경우 시스템을 통해서 지원할 수 있다. 내가 지원했을 때는 따로 면접은 없었다. 그래서 실제로 어떤 기준으로 사람을 뽑는지 정확히 알 지는 못한다. 합격을 통보받은 뒤에는 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팀을 옮기게 되었다. 이 제도의 맹점은 회사에서 마련한 제도를 통해서 다른 팀으로 가게 되는데 팀을 버리고 떠나는 배신자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팀을 떠나올 때 고과를 좋게 받지 못하고 팀을 떠나는 경우가 허다했다. 부서장은 인력이 떠나는 것에 대한 책임을 떠안는지 모르겠지만 배신자를 보듯이 싫어한다 (일반화를 없애기 위해서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아마존은 조금 다르다. 인력을 발전시켜서 승진시키거나 다른 팀으로 보내는 것 또한 매니저의 역량으로 본다 (그렇게 생각지 않는 한국형 매니저도 있어서 매니저에게 비밀로 하고 몰래 진행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다른 팀으로 가고 싶다고 말했을 때 매니저들이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었다 (사실 태클 걸지 않고 장려해준 것만으로도 지원이라 생각한다). 내부 이동 방법은 간단하면서 간단하지 않다.


지원할 수 있는 포지션은 외부에서 지원하는 것과 동일하다. 아마존 잡스에 가면 아마존에 열려있는 모든 포지션들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포지션이 있다면 지원할 수 있다. 내부에서 지원하는 것도 동일하게 지원을 하나 다른 점은 내부 시스템을 통해서 지원을 하게 된다. 내부 시스템에서도 아마존 잡스에 있는 모든 포지션을 검색할 수 있다. 다른 점이라면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 좀 더 많은 정보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만약 아마존에 지원하고 싶은 생각이 있으면 아는 사람이 아마존에 다니면 물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내부 이동을 하기 전에 먼저 실제로 어떤 업무를 하는 포지션인지 알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실제 채용 공고를 낸 매니저 (Hiring Manager) 몇 명과 대화를 나눠보았고, 그중 하나의 포지션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나는 모든 것을 투명하게 진행하였기에 매니저에게 이 포지션에 지원하고 싶다고 얘기를 한 후 지원을 하게 되었다. 지원하는 순간 현재 매니저와 인사 담당자에게 메일이 간다. 지원을 한 후 그 팀 매니저에게 연락하여 지원하였다고 알려줬는데 연락이 없었다.


몇 번의 찌르기 끝에 연락이 왔었는데 다른 롤을 택했기 때문에 아마존의 채용 절차와 동일하게 진행되었다. 첫 번째 폰 스크린을 그 팀 매니저와 진행을 하였고, 다행히 통과하였다. 그 뒤에 다시 룹 인터뷰를 진행하였는데 기존 인터뷰와 다른 점이 있다면 팀 사람들로만 이뤄지고 바 레이저는 인터뷰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내부 이동을 위해서 총 4번의 인터뷰를 보게 되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합격을 하였고 오퍼 레터를 받게 되었다.


여기까지 오는데 총 5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사실 왜 이렇게 오래 걸렸는지 알 수 없다. 나중에 굳이 매니저에게 왜 이렇게 오래 걸렸는지 물어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오래 걸리다 보니 만약에 떨어지게 되면은 다른 쪽에 지원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외부에서 지원했을 때보다 더 오래 걸렸으니 말이다. 만약 동일한 나라에서 팀을 옮기게 될 경우는 사안이 조금 간단하다. 하던 업무를 특정 기일까지 인수인계하고 가면 된다. 반면 다른 나라로 옮기게 될 경우는 조금 더 복잡해진다. 특히나 미국처럼 까다로운 나라는 더욱 그렇다.


1년 이상 다닌 직원들이 미국으로 이동하게 될 경우는 L1 비자를 발급받는다. 통상 H1보다 발급받기가 쉬우며 아마존이라는 회사가 뒤에서 지원해주기 때문에 대사관에서 인터뷰를 어지간히 못하지 않는 이상 웬만하면 비자는 다 발급된다. 물론 트럼프의 이민 정책으로 인해서 예전보다는 조금은 어려워졌다.


내부 이동이 자유롭다 보니 팀을 여러 번 옮기는 사람들도 있고, 심지어 나라를 여러 번 옮기는 사람들도 있다. 어느덧 미국에 정착한 지 6개월이 되었는데, 아직까지는 하는 일도 만족스러워서 다른 곳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은 없다. 물론 미래를 누가 예측할 수 있겠냐만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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