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찬 4일을 파리에서 머물고 5일째 비행기를 타고 로마로 가기로 계획되어 있었다. 앞서 친구가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사 온 모네의 '수련' 포스터 선물을 보고 꼭 한 번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파리를 간다고 했을 때 나는 오랑주리 미술관이 젤 먼저 떠올랐다.
PHOTO 2023. 04. 03. By J.E.
그리고 르브로 박물관과 오르세 미술관도 여정에 계획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여행이 내 위주이지 아이들을 위한 이벤트가 없었다. 그래서 르브로 박물관은 하루 종일 관람해도 다 보지 못한다고 해서 가감하게 빼고 아이들에게 익숙한 화가의 그림이 많은 오랑주리 미술관과 오르세 미술관을 가기로 했다. 그리고 아이들을 위한 파리 디즈니랜드를 여정에 넣었다.
여기서 다닌 곳들보다 아이들이 파리 여행에서 기억하는 건 '전설의 오징어'이다. 파리의 물가가 비싸서 우린 한국에서 가져온 음식을 먹거나 간단하게 빵들을 사 먹었다. 그래도 파리까지 왔으니 맛난 것 한 번쯤은 먹자고 남편이 구글 평점이 높은 음식점을 예약했다. 오르세 미술관을 오전에 관람하고 점심때 기대를 한가득 안고 음식을 주문했다. 그 집에서 유명하다는 대구 요리를 시켰는데, 남편과 직원의 의사소통이 잘못되었는지 버터에 볶아진 오징어가 나왔다. 화가 많은 나는 특히 음식 앞에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아 실망감과 분노를 여과 없이 보였다. 그래서 남편과 아이들은 나의 반응을 보고 집이었다면 갈등이 일어났을 문제를 '전설의 오징어'라는 이름으로 나를 놀리며, 입안에 음식이 들어가는 순간 사그라드는 나의 분노를 놀리며 아직까지도 회자되는 여행이야기가 되었다.그렇게 전설 시리즈는 시작되었다.
여행은 일상생활과 달리 '화'라는 감정을 여유롭게 바라보게 해 주며 거기에 유머 한 스푼을 얹어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