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초등학교 2학년, 4학년인 아이들은 엄마에게 뭘 사달라고 조른 적이 없다. 그만큼 내가 엄하게 키운 것과 경제관념을 사실적으로 설명한 덕분에 아이들은 무엇을 갖고자 하는 욕구를 쉽게 드러내지 않았다. 그런데 디즈니랜드에서 스파이더 게임을 즐긴 후 아들은 스파이더맨이 가지고 싶다고 졸랐다. 아빠는 긴 여정을 다녀야 하기에 물건을 늘릴 수 없다고 했고 아들은 속상해서 시무룩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는 아이다운 이 모습이 예뻤다. 사실 우리 집 애들이 가장 많이 듣는 소리가 '요즘 애들 같지 않다.', '얌전하다.'이다. 그런 아이가 시무룩하니 어찌 안 귀여울까. 나는 아들에게 제안했다. 한 달 넘는 여정동안 네가 자기 기념품을 잘 들고 다닌다면 엄마가 사는 걸 허락해 준다고. 대신 많은 기념품을 사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아이는 금세 밝아지며 좋아했다. 사실 여기 디즈니랜드에서 만난 값진 경험은 기념품을 사거나 놀이기구를 탄 일이 아니다. 일루미네이션이 끝나고 숙소 2 구로 돌아가는 전철 안에서 아들은 피곤해 지쳐 잠들었다. 역에 도착해서 걸어가는 길만 해도 30분 정도 되는 거리였다. 아들은 비몽사몽 한 몸으로 걷느라 울기 일보 직전이었다. 평소 같으면 짜증과 눈물을 엄청 흘렸을 텐데 감정을 꾹꾹 참고 물먹은 이불 마냥 걸어가서 겨우 숙소에 도착했다.평소 9시나 10시 사이 취침 시간인 가족이 새벽1시쯤 낯선 파리를 돌아다니며 숙소에 도착했으니 얼마나 힘든 여정이었겠는가. 아들과 딸에게 고생했다며 어서 자자고 속삭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