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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무 May 20. 2024

교원상담 기록 2. 나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요?

낙우송 뿌리인 '기근'은 습지나 토양이 불량하면  숨쉬기 위해 솟아난다.

요즘 주변 선생님께 많은 조언을 듣고 있다. 우린 AI가 되어야 한다며, 학부모 민원 전화는 사무적으로 대하라는 것이다. 학생 문제에서 절차대로 행하며, 최소한의 마음을 쓰라는 말에 나는 이게 맞는 걸까 하는 고민이 든다. 이러한 생각을 상담 선생님께서 듣고선 나에게 질문하셨다.

 "가장 친한 친구나 가까운 사람이 선생님과 같은 일을 겪었다면 뭐라고 얘기해 줄까요?"

 그 질문을 받고 교직 생활을 하며 작년에 교권보원위원회를 연 친구가 생각났다. 그리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나도 동료 선생님과 마찬가지로 조언을 하며, 걱정하고, 친구가 다치지 않길 바라는 맘이 들었던 것이다. 그랬다.

동료 선생님들의 말을 나는 나도 모르게 나를 통제하려고 하는 말로 들었는데 진심으로 나를 걱정하고 보호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이야기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선생님은 제가 정상으로 보이세요?  요즘 개복치 같다는 말이 있는데 제가 그런 사람인가 해서요. 친정식구는 어렸을 때 제게 넌 성격이 그래서 사회생활을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  정신병자 같다. 너무 예민하고 별나다는 소리 등 부정적인 말을 많이 듣고 자랐어요. 그래서 요즘 제가 학부모와의  문제에서 감정이나 생각, 대응 방식 등이 정상 범주에 있는 게 맞는 건지 궁금해졌어요."

 "이 일을 오래 하면서 확실하게 말해드릴 수 있는 건 정상이 아니면, 정상인지 아닌지 인지 질문조차 없어요. 그런데 선생님이 그 질문을 하고 상담을 받고자 나온 것만으로도 선생님은 비정상적인 사람과 다르죠."

주말 나들이에서 발견한 낙우송

낙우송의 뿌리인 '기근'은 힘든 환경에서 숨쉬기 위에 솟아난다고 하는데 나도 그래야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숨쉬기 위해 솟아나자."

그러기 위해서 나는  기근과 같이 여러 가지 모양으로 솟아나며 경험을 쌓아야겠다. 기근의 모습이 신비로운 미지 세계처럼, 경이로운 생명체처럼 보이는 것처럼 내 삶도, 내 학교일도 그렇게 살아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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