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 이 계절이면 화단에 심은 호박이 넝쿨을 만들고 담장을 넘어가곤 했다. 항상 여름에 우리 집 식탁에 올라오는 음식은 된장찌개와 호박잎이다. 무슨 맛인지도 모르고 그냥 먹었던 그 시절, 그 여름이 다가오면 이제 내가 직접 쪄서 챙겨 먹는 음식이다. 이걸 먹노라면 엄마 생각이 난다. 그리고 부산에 계시는 엄마도 이걸 먹을 땐 내 생각한다. 그리고 어쩌다 그 계절에 맞게 부산을 가게 되면 엄마는 호박잎을 쪄두고 나를 기다리신다.
그리고 이젠 호박잎을 따서 줄기를 손질해 기다리시는 분이 한 분 더 계신다. 내 시어머니, 여름이면 호박잎을 챙겨두신다. 나는 냉큼 호박잎을 받아와 이렇게 사진을 찍어 양가 어머니께 보낸다. 나는 꺼칠한 호박잎에서 사랑을 먹는다. 내 입속으로 들어가는 호박잎을 바라보는 딸도 하나 시도해 본다.
출처, '섬진강 작은 학교 김용택 선생님이 챙겨주신 고학년 책가방 동시', 김용택 엮음, 파랑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