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 중 J와 P의 갈림길에서, 조금은 다르게 살아야 하는 이유.
MBTI로 이야기를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그 중 오늘은 P와 J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해요.
J는 판단형(Judging)이며, P는 인식형(perceiving)이라고 합니다.
J 성향인 사람들은 빠르게 판단하고 적응하여 결정하는 것을 선호하는 반면,
P 성향인 사람들은 그것보다는 요모조모 따져보고, 최종적으로 자신의 선택지에 대해서 마지막까지 고민하는 스타일이라고 합니다.
사실 사람의 성향이라는 것이 그 때 그 때 다르고,
다른 사람이 보는 나와 내가 보는 내가 다르고,
일할 때의 나와 놀 때의 내가 다른 법이라서,
일반화하긴 참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일반화를 해보자면,
저는 겉 보기에 "빠른 판단과 선택"을 즐기는 판단형인 것처럼 보입니다.
20년간 MBTI를 상당히 긴 간격으로 2-3번 해본 것 같은데 저는 항상 J가 아니라 P가 나왔습니다.
의외로 판단하고 결정하기를 즐기기 보다는 그 과정을 즐기고,
끝까지 판단의 결과에 대해서 의심하는 성향이 크게 있는 모양입니다.
갑자기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라는 책이 생각납니다.
하루키 선생이 소설가를 두고,
너무나 머리가 좋은 사람들은 할 수 없는 직업이라고 말한 것 같습니다.
하루키 선생이 꼭 글에 가시를 남겨놓는 것처럼
"머리가 좋은 사람들"이 항상 똑똑한 것은 아닐 수 있겠죠.
무슨 말이냐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그것에 대해서 빠르게 단정 짓고 결론을 내리고 봉합해버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소설가가 되기 어렵다는 겁니다.
소설가가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은 작은 사건 하나에도 수많은 연결고리와 인과관계를
생각해보면 좀처럼 결론을 내리지 않는 성향이라는 겁니다.
MBTI식으로 설명하자면, 소설가란 J(판단형)보다 P(인식형)이 더 가깝다고 말할 수 있는 거겠죠.
생각해보면, 소설이라는 것이 일정 부분 '교훈'이라는 것도 있긴 있지만,
교훈이 소설의 중심이 되어 버린다면 그 소설은 얼마나 재미가 없을까요?
술에 취해서 허풍치기를 좋아하는 백만장자 "아이언맨"은 영화에 여러 차례 등장하지만,
"효심"을 강조한 심청이는 20세기 들어와서 리메이크가 힘든 것도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요?
이야기를 듣는 독자, 영화를 보는 관객은 뭔가 흥미진진하고, 끝을 알 수 없는
어떠한 경험을 하고 싶어하죠.
소설가나 각본가는 어떤 사건이 가진 연결고리나
연관관계 속에서 관객이 가장 흥미를 가질만한
요소를 뽑아냅니다.
그러면서 '재미'와 '긴장'을 만들어 내죠.
극 중 캐릭터가 예상되는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이 도덕적으로 너무나 지당한 것이라면
어쩌면 그 소설은 조금 재미가 없을 지도 모르겠네요.
그렇다고 해서 "J" 성향이신 분들이 소설가가 될 수 없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이런 성향은 소설가가 가져야 할, 혹은 소설가가 가질 수 있는 수많은 특질 중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것 만으로 소설가가 될 자질을 따질 수는 없습니다.
너무나 인식적(P) 성향이라 하더라도 소설 쓰기 싫어하면 소설가가 될 수 없겠죠.
판단형 사람이 계획을 세워놓고, 그것을 실천하기를 즐긴다면,
인식형 사람은 계획을 세우는 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죠.
그리고 그 계획 역시 항상 빈 틈이 있을 수 있습니다. 새로운 가능성 때문이죠.
가끔은 판단(J) 성향이 부럽기도 합니다.
특히 새해에 계획을 세우고, 밀어붙일 생각이라도 한 번 해보는 시도가 부럽습니다.
애초에 계획이란 게 잘 될리 없다고 미리 자포자기한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정말 오랜만에 새해 계획이란 걸 세워보려고 합니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내가 가진 리소스로는 하고 싶은 것을 반도 감당하지 못한다는 걸
이제 어느 정도 안 것 같거든요.
이 글 역시 예정에 없던 글입니다.
아마 새해 첫 업무개시일, 저의 계획이 완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글도 나올 수 있지 않았나 모르겠네요.
어쨌든 새해에는 조금은 다르게 살아보려고 합니다.
조금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