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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현 Oct 03. 2022

<민트 돔 아래에서>(2022)를 읽고

"여의도는요. 욕망의 용광로에요."(스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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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일보 송가을 기자인데요.>의 송가을 기자가 돌아왔다!!


신간 <민트 돔 아래에서>(송경화 장편소설, 한겨레출판)는 출간된지 며칠 되지 않은 따끈따끈한 책이다.

지난번 <고도일보 송가을 기자인데요.>가 사회부의 이야기라면,

이번에는 송가을 기자가 정치부로 옮겨서 겪는 일들을 다룬다.

드라마로 보자면 씨즌 투인 셈이다.

(이 얘기를 할까 말까 망설였는데) 송경화 기자와는 대학 선후배 사이로 인연이 있다.

본인 역시 1년반정도 기자 지망생이어서 송경화 기자님과 같이 수업도 들은 적 있었다.

(그런데 소설책까지 두 권 낸 훌륭한 기자가 되다니!)

나는 아는 사람이 책을 내면 꼭 사서, 가급적 읽고 서평까지 쓰려고 하는데,

이게 제법 부지런해야 하는 일이다.

왜냐하면 내가 아는 사람들은 제법 책을 많이 내기 때문이다.

송경화 작가님의 첫 소설(<고도일보 송가을 기자인데요.>)이 출간되었을 때는,

"와 올 것이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처럼 글 잘 쓰고 열정이 많은 기자가 각 잡고 소설을 쓰면 어떤 느낌일까?

첫 책에서 "와, 기자란 게 이런 거구나."하는 생동감이 느껴졌다면,

이번 책에서는 "찐 정치이야기"가 느껴졌다.

이 책을 관통하는 두 개의 중요한 워딩이 있다.

하나는 "정치는 생물이다."와 다른 하나는 "여의도는요. 욕망의 용광로에요."라는 말이다.

정치 덕후까지는 아니지만, 제법 정치뉴스를 계속 업데이트해온 나는

이 두 말 다 정치인의 입에서 들어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기사, 공천, 제보, 쇼가 어떻게 유기적으로 움직이는지를 이 책은 훌륭하게 보여준다.

소소한 러브라인도 있다. 이 정도면 스포가 아니겠지?

이 책의 아주 흥미로운 점은 에피소드 하나 하나가 어떤 과거의 정치인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이었다.

"강남 별 거 없다."고 말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정치인도 실제로 있었다.

조금 과장되긴 하지만,

정치인에 대한 위험한 테러 역시 없지 않다.

그 모든 에피소드가 어떤 정치인을 떠올리게 했다. 그리고 그 뒤에선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겠구나

라는 상상을 할 수 있어 즐거웠다.

기자 친구들이 좀 있어서, "야마"(기사의 핵심)이라는 일본말은 익숙하게 알고 있었는데,

"꾸미", "마와리 돈다" 등의 기자들만의 언어를 알게 되어서 생생한 느낌이 들었다.

특히 "꾸미"의 존재는 놀라웠으며, 실제 여의도에서 이런 식으로 취재가 이뤄진다고 생각하니

앞으로 정치 기사를 읽을 때 이 이면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겠구나, 상상하면서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먹방의 측면에서도 이 책은 소설 먹방이라고 말해도 될 만큼 다양한 먹거리를 소개한다.

광주의 육전, 제철 방어회, 떡볶이에 맥주, 키조개, 딸기우유와 초코우유 등...

단순히 신문 만드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 안에는 제법 많은 논점이 있었다.

아버지와의 갈등, 짝사랑, 기자로서의 사명, 정치와 언론의 유착관계, 기자들 내부의 경쟁의식, 갑질문제, 내면의 콤플렉스 등등

다 읽고 떠올려 보니, 이 모든 문제가 제법 짜임새 있게 녹아 들어 있다는 것이 놀랍다.

성장소설의 느낌도 있고, 팩션 느낌도 있고, 로코의 느낌도 있다.

첫 책보다 더 흥미진진하고, 이야기가 촘촘해진 느낌도 들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다크나이트>를 만들기 전에 <베트맨 비긴즈>를 만든 걸로 비유하면 좀 과장인가?

정치는 신문의 1면을 장식하지만, 국민을 슬프게 할 때가 많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정치하는 동물"이라고 했는데, 실제 이 소설에서 보듯,

실제 정치권은 공천권을 둘러싼 권력투쟁과 줄세우기가 난무하는 곳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 어떤 책 보다도 "정치가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강하게 들게 만들었다.

물론 답은 아직 모른다.

내성적이지만 열정만은 누구 못지 않은 송가을 기자가 앞으로도 승승장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생생한 이야기로 즐거운 독서 경험을 선사해준 저자에게도 경의를 표한다.


쑥스럽게 이런 말을 하긴 그렇지만,

이 책은 제가 직접 사서 읽었습니다. 두권다.. 오해 없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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