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인가, 혁명인가, 위협인가?
박사논문 쓴 이야기에서 밝힌 것처럼 나의 논문은 한국의 '금융화' 과정이며 그 사례는 인천공항 고속도로, 인천대교, 인천공항 철도이다.
인천공항을 사례로 들어서 한국의 '금융화' 과정에 대해서 설명해달라고 chatGPT(openAI에서 만든 인공지능 챗봇)에게 물어봤더니 다음과 같은 답이 나왔다.
금융화는 재정적 동기와 방법이 인프라 조달에 접근하고 수행하는 방식을 지배하게 되는 과정입니다. 이에 대한 한 가지 예는 PPP(Public-Private Partnerships)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PPP에서 민간 부문 파트너는 공공 기반 시설 프로젝트에 자금을 조달하고 설계하고 건설하고 운영합니다. 이러한 유형의 조달은 정부가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함에 따라 점점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PPP를 통한 인프라 조달의 금융화 사례는 한국의 인천공항고속도로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 고속도로는 정부가 인프라 소유권을 유지하는 동안 민간 부문 파트너가 고속도로에 자금을 조달하고 운영하는 PPP 계약을 통해 건설되었습니다. 인천공항 고속도로는 민간 부문 파트너가 재무 및 관리에 대한 전문 지식을 사용하여 고품질 인프라 프로젝트를 설계하고 구축할 수 있었기 때문에 금융화의 좋은 예입니다. 또한 민간 부문 파트너는 통행료를 통해 고속도로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고 이는 투자를 상환하고 자본 수익을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PPP를 통한 인프라 조달의 금융화는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성을 향상시키려는 정부에 널리 사용되는 접근 방식이 되었습니다. 한국의 인천공항 고속도로는 민간 부문 파트너가 어떻게 고품질 인프라 프로젝트를 설계 및 건설하기 위해 재무 및 관리 전문 지식을 사용하는 동시에 통행료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에 이러한 프로세스의 훌륭한 예입니다.
물론 내 논문에서는 이와 같은 과정을 '비판적 관점에서' 바라봤다는 차이는 있었지만, 이 정도 수준은 abstract를 만들어준다는 것은 좀 놀라웠다. 사실 한국이라는 동방의 '작다면 작은' 나라에서 인천공항도 아니고 인천공항 고속도로가 PPP(민관협력사업, 법적 정의로는 이 용어가 아니지만, 영어로 법적 용어까지 일치시킬 필요는 없기 때문에 통상 국제적으로 사용하는 민관협력사업이라는 용어 차용)로 만들어졌다는 것 자체를 아는 것도 신기한데, 이와 같은 과정을 금융화(financialization)과 훌륭하게 엮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금융화에 대한 비판은 무엇이 있을까? chatGPT는 다음과 같이 요약해준다.
금융화는 경제학자, 정책 입안자, 일반 대중을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로부터 비판의 대상이 되어 왔습니다. 금융화에 대한 주요 비판 중 일부는 다음과 같습니다.
소득 불평등 심화: 비평가들은 금융화가 소수의 금융 엘리트에게만 혜택을 주어 소득 불평등 심화에 기여한 반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임금이 정체되거나 감소했다고 주장합니다.
경제 안정성 감소: 금융화는 결국 터지는 금융 거품을 만들어 경제 위기와 경기 침체로 이어져 경제적 불안정성을 증가시킨다는 비판을 받아 왔습니다.
실물 경제에 대한 투자 감소: 비판론자들은 금융 기관이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 성장을 창출하는 생산적인 활동보다 투기성 금융 상품에 대한 투자를 선호하기 때문에 금융화가 실물 경제에 대한 투자를 감소시킨다고 주장합니다.
부채 수준 증가: 가계와 기업이 소비와 투자 자금 조달을 위해 더 많은 부채를 부담하도록 장려되면서 금융화는 부채 수준을 증가시킨다는 비판을 받아 왔습니다.
감소된 공적 통제: 비평가들은 민간 금융 이익이 정부와 기업의 의사 결정을 지배하게 됨에 따라 금융화가 경제에 대한 공적 통제를 감소시켰다고 주장합니다.
단기 집중: 금융 기관이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과 안정성보다 단기 이익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금융화는 단기 집중을 촉진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습니다.
이들은 금융화에 대한 주요 비판 중 일부이며 금융화의 영향이 특정 상황과 국가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금융화는 경제적 불평등과 불안정, 실물경제 투자감소에 기여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굳이 따진다면 내 논문은 '감소된 공적 통제'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앞으로는 논문 인용문에 다음과 같은 문구가 들어가지 않을까? (chatGPT, 2023-1-30, Q: Tell me about financialization in Korea and show some examples.)
chatGPT가 남겨놓은 문장은 물론 정답도 아니고, 있는 그대로 인용해서도 안될 것이다. 이것은 여전히 사람인 연구자의 영역이다. 그러나 chatGPT가 나보다도, 아니 원어민보다 훨씬 빨리, 그럴 듯한 문장을 만들어내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 잘 익숙하지 않은 financialization 이라는 키워드와 한국의 사례를 맥락에 맞게 잘 엮어내는 것을 볼 수 있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얼마나 공부를 해야 이와 같은 문장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사실 이와 같은 인공지능 챗봇AI의 출현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전 세계 IT 공룡들--구글, MS 등이 모두 openAI와 같은 챗봇을 만드는 경쟁에 뛰어들고 있고, 사실 이 기능이 무서운 속도로 개선될 것이라는 것도 자명하다. chatGPT가 만들어내는 문장의 특징은 '오타가 없고, 영문법이 거의 완벽하다.'는 것이다.
한국 학계에 약간 반가운 소식은 아직 chatGPT가 한국어는 조금 약하다는 사실이다. 한국어 생성은 조금 늦고 제대로 된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 역시 놀라운 속도로 개선될 것이다.
이 환경들은 사실 많은 연구자들을 떨게 만들 수도 있다. openAI를 조금 경험해보다 보면, 인간만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고, 기계는 그런 생각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부인하게 될 것이다. chatGPT는 매번 학습하면서 자신의 결과물을 업그레이드시킨다.
이에 아마존은 자신들의 코드 테스트 노하우가 유출될까봐 chatGPT에 코드 테스트를 하는 것을 중지했다고 한다. 그러나 아마존이 아무리 막더라도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코더들이 chatGPT에 코드 테스트를 입력하고 있으며, 그 코드들을 씹어먹으면서 chatGPT는 발전하고 있다.
아직까지 chatGPT는 A4용지 1장 내의 간략한 글 밖에는 생산하지 않는다. 그러나, '블록체인 기술의 최신 동향과 앞으로 발전방향을 한국 경제-사회적 맥락으로 100페이지 정도의 글로 정리해줘'라고 말하면 100페이지 짜리 글이 나올 날은 멀지 않을 것 같다.
섣불리 chatGPT 기술의 가능성을 "그래 봤자, 별게 있겠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위험해질 것이다. 이미 학생들은 chatGPT라는 무기를 달고 논문 심사에 임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 때 인간이 만들어놓은 지식체계의 시스템 권력의 작동방식이 어떻게 달라질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AI시스템이 열어버린 지식체계의 노하우를 힘껏 활용하면서 대학원에서 살아남는 것은 우리 인간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