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에서 살아남는 레시피" 를 출간하며
조금 전 따끈따끈한 링크를 하나 받았습니다. 바로 저의 4번째 책 "대학원에서 살아남는 레시피"(애플씨드)라는 책입니다. 책이 나온 배경과 책을 쓴 취지에 대해서 간략히 말씀드리려 이 포스팅을 작성합니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117516442
때는 바야흐로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사람들은 대학원에서 제가 엄청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잘 한 줄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아래 글에서 보듯이 석사학위를 받을 때 통과 여부를 결정하지 못해 학과가 생긴 이래로 "재심"을 했던 유일한 학생이었습니다. 그만큼 논문이 겨우 통과되었다는 의미이죠.
https://brunch.co.kr/@skytreesea/97
겨우 논문을 통과하고 나서 저는 생각했습니다.
이거 왜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던 거야?
논문을 어떻게 시작하는지, 어떻게 구조화하는지, 심사 때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들은 기억이 없습니다. 사실 대학원생은 "논문 쓰는 방법"에 대해서 숱한 강의를 듣습니다. 연구주제는 어떻게 잡고, 글은 어떻게 쓰고, 뭐는 어떻게 하고 등등....
그런데 말입니다.
논문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이거 아닐까요? 심사 영어로는 defense라고 합니다. 얼마나 무시무시한 말입니까? 그런데 왜 대학원에서는 이 논문 심사에 대한 이야기를 누가 체계적으로 정리해놓지 않은 거죠? 심사가서 해야 하는 행동, 하지 말아야 할 행동 등 할 일이 참 많을텐데요.
그래서 석사학위를 받자 마자 잼민이는 생각합니다.
이거 매뉴얼로 남기자.
그런데 잼민이는 너무 바빠졌습니다. 박사과정 입학, 프로젝트, 학원 강사, 시간 강사 등등 일이 쏟아졌죠. 그래서 대학원 생활을 정리하겠다는 꿈은 잠시 접어둡니다.
드디어 잼민이는 박사를 받았습니다. 이 때부터도 쉽지 않았죠. 아무튼 이차저차해서 원고를 쓰기 시작합니다. 논문 쓰는 이야기, 심사 받는 이야기, 이메일 쓰는 이야기 등등 할 이야기가 너무 많더군요. 처음에는 내 이야기가 다수였는데, 독자들은 "당신 이야기 말고, 내가 대학원에서 뭘 해야 하는지 알려달라"더군요.
원고를 쓰기 시작한 것은 2018년이었습니다. 그런데 출판은 2023년에 하게 되었네요. 2018년까지 계산한다면 무려 6년만에 책을 내게 된 것입니다. 그 동안 많은 사람이 글을 읽고 조언해 주었습니다. 심지어 출판사에서 출판을 결정하고 나서도, 원고를 싹 다 갈아 엎었습니다. 거의 다시 쓴 셈입니다. 주로 독자들에게 필요할 것 같은 내용을 남기고 저의 개인적인 이야기는 자제했습니다.
그래도 아쉬워서 "박사논문 작성한 이야기"는 남겨뒀습니다. 그냥 2년 반동안이나 취직하지 않고 박사논문에 전념한 이야기는 남겨놓고 싶었어요. 그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넣었습니다. 사실 그 원고를 작성할 때는 거의 눈물을 머금고 작성했는데, 몇 번의 교정을 거치다 보니 아주 담백한 이야기가 되어 있었습니다.
여러분께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이겁니다. 책은 별로 두껍지도 않고, 그렇게까지 진지하지도 않으며, 오히려 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 원고가 시덥잖게 쓰여진 건 아닙니다. 훨씬 더 어려운 사례와 복잡한 이야기와 이상한 감정들이 있었고, 그걸 독자들이 수용할 수 있도록 수차례의 편집회의와 세미나를 거쳐서 쓰기로 "결정한" 내용만 썼다는 사실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대표님과 편집자님께 감사의 말씀을 남기고 싶네요.
책이 한 권 나오기 까지는 정말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치게 됩니다. 택배 아저씨가 당신의 방문 앞에 책을 가져다주는 수고까지 포함해서 말이죠.
이 책의 경우에는 저의 7년의 대학원생활, 대학원 이후에 7년동안의 구직과 이직의 경험이 녹아 있습니다. 가급적 친절하게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여러분이 최소한의 노력만 들이고서도 대학원에 필요한 것들을 얻어갈 수 있게요.
이런 분들이 이 책을 꼭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1. 대학원 진학을 앞둔 학부생: 이런 분들은 무조건 읽으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최소한 이 정도는 알고 가면 절대 손해보지는 않을 겁니다.
2. 대학원에서 고민하는 원생: 사실 대학원생만큼 고민이 많은 직업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나이는 들어가고, 남들에게 뒤쳐지는 것 같고... 문과 대학원생이라면 더욱 그렇겠죠. 그렇다고 해서 문과 대학원생만 읽으라고 쓴 글은 아닙니다. 물론 제가 문과 박사라서 조금은 더 특화된 측면은 있겠지만요.
3. 석사 마치고 박사과정에 입학해야 할지 고민하는 분들: 이런 분들은 이 책의 내용을 반 정도는 알고 계시겠지만 나머지 반이 너무 소중하기 때문에 꼭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기타
4. 저의 지인들: 이번에도 신세를 지게 되었습니다. 이 책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하고 싶습니다.
여러분,
꼭 살아남으세요.
살아남는 자에게는 반드시 복이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