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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현 Aug 02. 2023

몇 개의 파이썬 강의를 마친 소감

print('Exhausted.')

직장인이자 야매 프로그래머인 나는 종종 파이썬 강의 요청이 들어와서 강의를 하곤 한다.

여름방학을 맞아서 몇 개의 '방법론 캠프'(?)를 하고 나서 느낀 점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1. 확실히 강의는 자신의 지식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된다.

나 처럼 강의를 업으로 하지 않는 사람은 매일 내 지식을 put together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파이썬 명령어들을 잘 까먹는다. 게다가 한글의 인코딩 처리라든지, 에러처리와 같은 부분은 매번 검색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지만 곧 해결책을 까먹는다. 예를 들어 to_csv로 판다스 데이터프레임 저장할 때 encoding = 'utf-8-sig'이라는 명령어를 외워놓으면 큰 도움이 된다.


강의를 하면 자신의 명령어에 자신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수십번 같은 명령어를 치고, 결과 값을 받는다. 덕분에 파이썬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체화할 수 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파이썬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록 내 파이썬 실력이 늘어나는 것도 사실이다. 파이썬 실력이 는다는 것은,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떤 식으로 파이썬에서 코드를 짜서 해결할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


2. 학생의 지식은...? 흠...

강의를 하면서 내가 가장 많이 했던 말은 "가만히 앉아있지 말고 지금이라도 파이썬 코드 한 줄이라도 작성해 보라."는 것이었다. 얼마나 좋나? 강사가 줌으로 강의하고 학생들은 혼자서 코드 짜보고, 그렇게 공부하면, 정말 이 캠프 하나 들으면 파이썬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대부분 학생들은 수업을 그냥 듣기 바쁘거나, 강의만 켜 놓고 앉아 있는다. 공부는 나중에 따로 시간 내서 할 생각인 것 같다.


이 수업에 어떤 강제성이 있어서 시험도 봐야 하고, 점수를 잘 받아야 한다는 유인이 있으면, 실습도 시킬텐데 캠프라는 수업 형식에서 약간 한계를 느꼈다. 예를 들어 영어 회화 강의를 하면서 강사가 혼자 떠드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학생들이 한 마디라도 더 말을 해보고, 더 활용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강사 혼자 떠드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그런 점에서 '캠프'에 참여한 학생들조차 뭔가 하나 얻어갈 수 있을만한 스킬이 생긴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거꾸로 학생 입장에서는 노트북 켜고 한 줄이라도 자기 손으로 파이썬 코드 입력해보면 엄청난 성장이 있을 것이다.


3. 7-8시간 강의 is killing me.

캠프라는 특성상 강의를 몰아서 한다. 한 번에 7-8시간 하다 보니 강의 부담이 엄청나다. 강의를 하면서 학생들이 실습을 하고 그걸 강사가 조금씩 봐주는 형태로 진행한다면 그나마 괜찮을 것도 같은데, straight로 7-8시간 강의는 부담스럽다. 그것도 강의가 며칠 연속된다면, 그건 거의 초죽음상태라고 보아야 한다.


7-8시간 하는 강의의 딱 하나의 장점이라면, 강사 자신의 실력은 늘 수도 있다는 것? 7-8시간 떠들 내용을 코드로 짜고 준비하다 보면 강사의 실력은 는다.


강사는 떠들 내용을 준비해야 한다.

덕분에 엄청난 양의 예제와 코드를 준비한다. 그리고 그 코드가 작동하는지 확인도 해봐야 한다. github에 차근차근 올리고 링크도 다음과 같이 걸어둔다. 웹크롤링 가르치려면, 그냥 크롤링 코드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고 HTML도 어느 정도 가르쳐야 한다. soup.find_all('div',{'class':'content'})와 같은 명령어를 가르치려면 HTML에서 div가 뭔지 class와 content는 무슨 관계인지 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컴퓨터를 차근차근 기초부터 배운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지식도 상당히 나중에 별도로 공부해서 알게 된 것들이다.


4. 세상은 변하고 오픈소스는 늘어나고... 파이썬이라도 알아야...

좀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2023년 한국에서는 에코프로를 비롯한 2차전지주들이 코스피를 이끌고 갔다면, 2023년 미국 나스닥은 대형 테크주를 비롯해 엄청난 상승세를 기록했다. 올해 애플 주가는 시가총액 3조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가를 갱신했다. 경기도 좋아지는데, 실업률은 낮아진다고 하고, 물가도 잡힌다고 한다. 경제가 좋아진다는 건 주식가격이 오르고 우리 삶이 나아진다는 얘기이다.


성공한 개미투자자들도 많다. 하지만, 미국 주식의 80% 정도는 AI가 거래한다. AI란 표현이 명료하지는 않은데, 사실 주식의 대부분은 프로그래밍에 의한 매매이다. 내가 파이썬을 배워서 가장 먼저 하고 싶어했던 것이기도 하다. 프로그램으로 투자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상승세가 관찰되면 일단 매수했다가, 수익 발생하면 판매하고, 손절라인을 x%로 정해놓고 판다. 수익로직을 만들어 실험한 다음 로직을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시킨다. 이렇게 하면 금방 부자가 될 것 같았다(아직도 실험중이고 고전중이다).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개미투자자들은 자신의 로직과 감을 믿고 투자한다. 그리고 그 원칙을 정교하게 지켜나가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원칙을 지키는 건 사람보다 컴퓨터가 더 잘 한다. 로직을 걸어놓고 투자하게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갑자기 무슨 주식얘기냐, 하겠지만, 세상이 돌아가는 것을 알려면 이제 파이썬 공부는 거의 필수라고 생각한다. 파이썬으로 어느 세월에 챗GPT 같은 것을 만들겠냐, 고 생각할 수 있지만, 파이썬 정도면 정말 쉬운 언어다. 배우기도 쉽고, 쓸 곳도 많다. 쓰다 보면, 컴퓨터가 생각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방법을 알게 된다. 컴퓨터 로직의 세계는 순수한 로직의 세계이다. MBTI로 말하자면 T의 영역이다.


삶의 어떤 문제에 부딪쳤을 때, "컴퓨터라면 어떻게 생각할까?"를 생각해본다. 컴퓨터에는 감정이 없다(아직까지는). 그래서 로직이 필요하다. 문제에 부딪치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이것의 '목적함수'가 뭐지?"를 먼저 떠올린다. 그렇다면 답이 쉽게 나온다.


강의의 목적이 뭔가? 학생은? 파이썬 잘하는 게 목적이라면 한 줄이라도 실행해보면 된다. 그럼 빨리 늘 수 있다. '캠프' 수강했다고 한 줄 넣는게 목적인가? 그럼 출석만 대답하고 딴짓 해도 된다.


강사의 입장도 마찬가지이다. 돈 받는 게 목표라면? 대충 해도 된다. 더 좋은 강사가 되어서 더 많은 부름을 받고 싶다면, 죽어라 코드 짜고 열심히 해야 한다.


다음에 또 기회가 온다면 더 잘해보고 싶다.

오프라인이 좋을 것 같다.

눈 앞에서 코드 짜는 걸 봐야 속이 시원할 것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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