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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바라기 Jul 26. 2021

서핑의 추억(강원도 양양):
엄마도 서핑은 처음이다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 - 강원도 양양


"엄마도 서핑은 처음이라



“서핑 가자!” 

“네?, 서핑이요?”

여름휴가를 함께 가기로 했던 친한 언니에게 전화가 왔다. 강원도 양양으로 서핑을 가자는 제안을 한다. 아직 초등학생인데 서핑을 해도 되냐고 반문한다. 보드를 들 수 있는 나이면 괜찮다고, 강습받을 곳도 모두 알아두었다며 서핑에 도전하자 한다.  강원도 양양이 서핑의 성지라는 것은 언니를 통해 알게 되었다.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았다.      


“여름휴가는 양양 가서 서핑하자!”

거실에서 놀던 아이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본다. 

“제주도에서 봤던 그 서핑이요?”


수년 전 제주도 여행 갔을 때 바닷가 모래밭에서 하염없이 모래 놀이를 하며 서핑하던 사람들 본 기억이 떠올랐나 보다. 질문이 쏟아진다. 몇 살부터 할 수 있데요? 키 제한은 없데요? 우리가 할 수 있을까요?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데요? 바다에서 하려면 수영을 잘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휴가 내내 서핑만 하나요?  이 모든 질문 앞에서 한 마디도 대답을 못한다.

      

“애들아, 엄마도 몰라. 엄마도 처음이야 같이 알아보자”     


© little_plant , 출처 Unsplash



다음 검색창을 열어 서핑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1) 서핑은 타히티의 폴리네시아인 조상들이 시작하여 하와이로 전달되었다.
    서핑을 전통적인 놀이로 여겨온 하와이를 서핑의 발상지로 본다. 
2) 1920년대에 하와이 출신의 올림픽 수영 금메달리스트 파오아 듀크 카하나모쿠
    (Paoa Duke Kahanamoku)가 와이키키에서 처음으로 서핑 클럽을 열었다.
    이런 까닭에 카하나모쿠를 근대 서핑의 창시자로 보기도 한다. 
3) 서핑 종목은 사용하는 보드의 크기와 유형에 따라 나뉜다. 롱보드는 길이가 약 9피트 (2,7m)이고
   숏 보드보다 부력이 좋다. 숏 보드는 1970년 경 처음 등장했으며 길이는 약 6피트 (1.8m)이다.
   숏 보드는 끝이 뾰족하기 때문에 방향 전환과 기술 사용에 유리하다.     


찾은 내용을 아이들과 함께 읽는다. 유튜브에서 서핑 지상 훈련하는 강습도 찾아본다. 보드 위에서 일어나는 테이크 오프 자세와 패들에 관한 친절한 강의 영상이 있다. 영상을 보던 남매는 갑자기 거실 바닥에 엎드려 열심히 따라 한다. 서로 웃으며 낄낄되며 재미있어한다. 다행이다. 서핑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이 생겼으니 일단 성공이다.      


양양에 도착했다. 뜨거운 태양 아래 자신만의 개성으로 꾸며진 형형색색의 보드 샵들이 해안가를 감싸고 있다. 왜 양양을 서핑의 성지라고 하는지 이해가 되는 순간이다. 바다에는 서핑을 하기 위해 모인 수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서핑을 즐기고 있다. 한발 한발 맨발로 걷기엔 너무 뜨거운 모래사장에는 서핑 강습이 한창이다.  


서핑은 바다에서 즐기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파도의 상태, 바람의 방향과 세기, 조수 간만의 차가 모두 영향을 미치는 종목이라 한다. 

세상에 똑같은 모양의 파도는 없다. 때문에 서퍼들은 늘 새로운 파도를 기대하며 기다린다. 바다가 밀어다 주는 선물 같은 파도를 타고 물 위를 거침없이 질주할 수 있는 것이 서핑의 매력이란 생각이 든다.      


곱디 고운 부드러운 모래 위에 롱보드들이 세상 편하게 푸르른 하늘을 바라보며 누워있다. 지상훈련이 시작된다. 어른 아이 모두 섞여 보드 위에서 일어나는 연습을 연속적으로 한다. 선생님은 하나하나 자세를 교정해주신다.      


드디어 커다란 보드를 하나씩 들고 푸르른 바다로 들어가 파도를 등진다. 강습생들은 선생님 뒤로 보드를 튜브 삼아 한 줄로 선다. 긴장되는 순간이다. 생애 첫 서핑을 경험하는 아이들. 보드 위의 세상은 어떨까? 초등학교 4학년 딸이 그룹 중에 가장 먼저 출발한다. 어려서 그런가 보다. 선생님이 보드가 잘 나갈 수 있도록 뒤에서 힘차게 밀어주시며 외치신다.




“서”

선생님의 외침에 벌떡 일어선다. 몸이 순간 휘청하지만 이내 중심을 잡는다. 성공이다. 

“잘했어~”

아들이 출발선에 선다. ‘이크’ 중심을 잡다 이내 미끄러진다. 번개같이 보드로 다시 올라와 도전한다. 성공이다. 아이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선생님의 칭찬에 신나고, 파도를 타는 재미에 신난다. 

‘얼마나 얼마나 다행이던가. 이 엄마의 둔하디 둔한 운동 신경을 닮지 않아서’    

   

강습이 끝났다. 뜨거운 햇살은 수평선을 향해 걸음을 서두르는 눈치다. 오늘 처음 만난 서핑 이란 친구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아이들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아침부터 몇 시간 째이던가. 그렇게 아이들은 양양에서 이틀 동안 오로지 서핑만 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도 못내 아쉬워하는 눈치다. 다음 여름방학 때 꼭 다시 오자고 약속했다. 한데 그럴 수 없게 되었다. 이번 여름 방학 강원도 양양군도 거리두기를 4단계로 격상했다. 아이들과의 약속을 올해는 지키지 못할 것 같다. 에어컨 바람에 달구어진 몸을 식히는 아이들을 보며 서핑과 처음 만났던 그날을 추억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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