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사각

푸른여우, 하루하나 / 2025년 (+a)

by 푸른여우

우리는 비탈길을 내려오고 있었다. 어느 날 비탈길에서 노마가 저 밑의 호수를 내려다보며 이야기했다.

"이 각도에서 하늘이 제일 잘 비쳐. 저 밑에서 보면 별로 안 이쁘거든."

"그럼 호수의 진짜 모습은 어느 쪽이에요?"

"사람은 사물에 반사되는 빛만을 보게 되는 거니까. 어느 반사각에 있느냐에 따라 달리 보이는 법이고. 진짜 모습이 뭔지 우리 같은 사람에게는 평생 모르는 거지."

"우리는 서로의 가짜 모습만 보며 사는 거군요."

"가짜라고 생각하면 가짜고. 진짜라고 생각하면 진짜고. 무엇을 진짜라고 믿느냐에 따라 너의 세상도 달라질 거야. 그러니까, 되도록 세상이 이쁘게 반사되는 곳에 서 있길 바라."

나는 내 앞에 있는 노마의 진짜 모습이 무엇인지를 잠시 궁금해했다. 그리고 노마의 말마따나, 진짜인지 가짜인지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고 느꼈다. 그건 결국 우리에게는 알 수 없는 일이리라. 그래서 나는 다만 믿기로 했다. 내가 선 자리가, 세상이 가장 이쁘게 반사되는 곳이기를 바라는 그 마음은 진짜일 것이라고. 그 믿음만으로도 내 세상이 조금은 밝아진 듯도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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