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좋다는 한약도 과다하게 복용하면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는 책도 그렇다는 것을 얼마 전에 깨달았다. 책은 많이 읽을수록 좋다고 어른들이 이야기하지만, 그 사람들은 어떻게, 얼마큼 책을 읽었기에 그런 소리를 할 수 있는 것일까. 일반 서적뿐만 아니라 문제집, 심지어는 인스타에 쓸데없이 올라오는 '만나지 말아야 할 유형 Best 7'까지 세상에는 읽을거리가 너무나도 가득했다.
어쨌든, 폭식을 하듯 텍스트를 폭독暴讀하기 시작하면, 진짜 남들에게 상담하기도 애매한 '폭독증후군'에 시달리게 된다. 머리에 과부하가 오고, 대용량 레스비를 마신 것처럼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한다. 그날도 그는 단시간에 책 한 권을 뚝딱 해치워버렸다. 폭식하는 사람들이 음식의 맛을 신경 쓰지 못하듯, 내용을 하나하나 곱씹지 못하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다 읽은 책들이 몇몇 페이지의 모서리가 접힌 채로 앞에 놓여 있을 뿐이었다. 방금 욱여넣은 문장들이 목구멍까지 넘쳐 올라올듯한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냅다 밖으로 내달렸다.
2.
건물 밖으로 나섰으나 주위에는 여전히 온통 읽을거리들이 가득했다. 휴대폰도 잠깐만 들어가면 텍스트들이 끊임없이 나타났다. 그래서 휴대폰도 끄고, 텍스트가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 곳으로 도망쳐보려 하지만, 여긴 서울 한복판이고, 한강 다리 위에도 '많이 힘들었지?' 같은 따뜻한 텍스트들이 즐비해 있다. 그는 도망칠 수가 없었다.
목 끝까지 차오르는 것들을 겨우 삼켜가며 도심가를 뛰어다녔다. 소리 지를 만한 곳을 찾던 와중 이윽고 그는 허름한 코인 노래방을 하나 찾아 구석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500원을 넣었다. 한 곡으로 충분할지 모르겠다. 비상구 위치도 확인하지 못한 채, 리모컨으로 시작, 시작, 시작 버튼을 계속 눌렀다. 가사는 볼 필요가 없었다. 볼 생각도 없었다. 그는 눈을 감았다. 반주가 흘러나오길 기다렸다. 시작을 알리는 드럼 소리에 그의 목소리를 묻어줄 기타 소리가 시끄럽게 흘러나왔다. 그는 늦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했다. 바로 입을 크게 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