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복구 (하)

수첩소설 5.1-5.5

by 푸른여우

5.

미정은 집으로 돌아와 사진을 묻어 놓은 곳을 뒤졌다. 그러나 어째선지 조각의 일부분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묻어버렸고, 그 결과 무엇을 잃어버렸는지를 알지 못했다. 단지 마음속에 움푹 파인 깊은 구덩이가, 원래 이곳에 무언가가 들어 차 있었다는 사실만을 알려주고 있을 뿐이었다.

자신을 둘러싼 공기들이 점차 미지근하게 느껴졌다. 그 미지근한 공기 속에서 자신은 형태를 유지하지 못한 채 바닥에 쏟아져 내릴 것만 같았다. 미정은 몸을 웅크렸고, 당분간 움직이지 않았다.

6.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어느 날이었다. 그녀는 느린 걸음으로 종로 거리를 걷고 있었다. 어디선가 익숙한 노랫소리가 흘러나왔다. 길 건너편에 놓인 축음기에서 분명히 들어본 적 있는 가사가 흘러나온 것 같았다. 그녀는 멈춰 섰다. 그리고 그 음악에 귀를 기울이며 자신이 그것을 익숙하다고 느끼는 이유를 생각했다.

두 해 전 자신은 친구와 함께 어느 대강당에서 열리는 음악회에 참여했었다. 미정은 그날 공연에서 들은 음악에 대해 깊은 인상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단지 지휘자가 흔드는 지휘봉에서 휙, 하고 날카로운 바람소리가 들렸던 것만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는 가냘픈 봉에서 저 정도로 큰 소리가 난다는 사실을 신기하게 여겼다.


7.

돌아오는 길에 친구는 줄곧 그날 들은 노래 가사를 흥얼거렸다. 너는 무엇을 찾으러 가느냐, 거기에는 분명히 슬픈 곡조가 있었고, 미정은 무언가를 예감하고 있었다. 그러나 자신은 날카로운 소리를 내지 못하는 인간이었기에 조용히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그렇게 끝내 너를 말리지 못했다. 네가 찍어준 사진에서 유독 나는 체념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래서 지우고 싶었다. 그러면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다.

미정은 축음기를 줄곧 마주 보고 서 있었다. 음악은 후렴으로 넘어갔다. 그녀의 마음 또한 점차 격렬히 움직였다. 가게 밖으로 그녀가 내달렸다.

8.

그녀는 책상 앞에 앉아 노트를 펼쳤다. 그리고 자신이 잊으려 했던 것들에 대해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아직 남아 있는 기억들을 간신히 모아 빈 종이를 천천히 채워나갔다.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닳아가는 연필 너머로, 이미 타버린 것들의 모습이 드문드문 보였다. 그것은 그녀가 지우고자 했던 모습들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잊어버려서는 안 되었다. 그래서 이렇게 기억하기로 했다. 그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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