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잠 1부

수첩소설 5.6 - 5.12

by 푸른여우

현수는 통보 문자를 받고 난 뒤에야 계절이 겨울로 접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올해의 겨울잠은 아무래도 급하게 청하게 될 모양이었다. 작년보다 시작일은 2주 정도 빨라졌으나, 기간 자체는 변하지 않았다. 물론 어떤 때에 시작하든 현수에게 큰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현수는 작년 겨울잠 기간 때 자신이 했던 일들을 문득 떠올리면서도, 자판 위에 있는 손을 멈추지는 않았다.

"다음 주부터 푹 잘 거니까 미리 일들 해두자고."

팀장이 그렇게 이야기하였다. 다음 주가 되면 부럼출판사 편집1부 직원들은 각자의 집에서 긴 잠에 빠질 것이다. 그것은 나라에서 정해준 근로기준법에 명시되어 있는 사항이기도 했으며, 사내에서 유일하게 제대로 된 복지체계이기도 했다. 편집1부 직원들은 현수 포함 모두가 다람쥐이니, 다음 주부터는 모두들 집에서 느긋하게 잠을 청할 수 있었다.

"인수인계 미리 당겨서 해요?"

"응. 근데 그쪽도 초짜들이 아니니까, 작년처럼 간단하게 그냥 하면 될 거 같아."

그리고 다음 주가 되면, 4월부터 9월까지 집에서 쉬고 있던 편집2부 직원들이 대신 출근할 것이다. 편집부 직원들은 그렇게 서로 6개월 간 교대로 일하였으며, 그동안 저축해둔 돈으로 남은 6개월을 순탄하게 휴식을 보낸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었다. 일하는 계절은 서로 달랐지만, 그런 공통점이 있기 때문인지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그들이었지만 서로 간의 내적 친밀감만큼은 강했다.

"그래도 인수인계하면 바쁠 테니까, 오늘 다 같이 회식이나 하자고."

그렇게 팀장이 크로스백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직원들은 속으로, 인수인계라고 하는 것들은 다 핑계고 사실은 혼자 밥 먹기 싫어 저러는 것일 테라고 욕을 하고 있었다.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시대가 도래했다는데, 책이라는 것이 지니는 고전적인 성격 때문인지는 몰라도, 편집1부의 사내 분위기는 고전 문화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현수는 그런 분위기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싫어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 고전적인 분위기에서 버텨내기 위해 어릴 적부터 고전의 틀에 스스로를 맞춘 자신의 입장에서는, 풍조가 급격히 바뀌어가는 것이 그렇게 달갑지만은 않은 것이었다. 사생활이라든지 그런 거, 그는 솔직히 잘 모르겠었다.

집에 언제 와.

부친의 문자에 현수는, 다음 주에 가요, 하고 답장을 보냈다. 근로기준법에 겨울잠이 보장된 지 2년이 다 되어가는데, 현수는 제대로 잠을 청해 본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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