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에 관한 이야기

수첩소설 6.2-6.4

by 푸른여우

"어느 마을에서 있었던 일이야. 그때는 신과 인간이 같이 살던 시기여서, 인간이 마을을 다 만들면 신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에 부족하지 않도록 마을 가운데에 호수를 만들어 주었지.

그런데 호수의 크기를 두고 사람들의 의견이 갈렸어. 어떤 사람은 호수가 너무 깊으면 아이들이 빠져 죽을 위험이 있다고 이야기했고, 어떤 사람은 호수가 너무 얕으면 가뭄이 올 거라고 열변했지. 또 어떤 사람은 비가 내리면 호수가 불어날 것을 생각해야 한다고 이야기했고, 그렇게 갈등이 끊이지 않았어."

"그래서요?"

"호수의 신은 마을에서 가장 총명하다고 소문난 어느 승려에게 지팡이를 하나 쥐어주고 이야기해.

'내 그대에게 직접 권리를 하사하겠네. 이 지팡이가 꽂히는 지점까지 호수에서 물이 솟아날 걸세.'

승려는 막중한 부담감을 느꼈어. 자기가 지팡이로 땅을 찍으면 그 자리에서 호수의 크기가 결정되는 거야. 그래서 함부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지팡이를 방 안에 몰래 숨겨뒀지."

"신도 무책임하네요?"

"그렇지. 근데 여기서 신과 승려의 대화를 엿들은 마을 사람들이 욕심을 품어버려. 마을 사람들은 지팡이를 차지하면 신에 버금가는 권력을 얻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승려에게 지팡이를 넘기라 하지만, 승려는 당연히 거절했어. 그러자 마을 사람들은 승려가 살던 곳에 불을 질러버렸어.

승려는 황급히 짐을 챙기고 도망치기 시작해. 마을 사람들은 계속 그를 쫓아갔어. 승려는 뒷산을 오르기 시작했고, 마을 사람들은 비탈길을 쉼 없이 올라갔지. 그러다가 누군가가 던진 돌에 승려는 머리를 맞아 쓰러지고, 들고 있던 지팡이를 놓쳐버려. 그런데 그 지팡이가 그대로 땅에 박혀버린 거야."

샛별은 흥미롭다는 듯이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도하는 손가락으로 지팡이를 표현하듯, 시멘트 바닥과 호수 사이의 경계를 검지 손가락으로 짚으며 이야기했다.

"승려가 뒤를 돌아보니 자신을 쫓아오던 마을 사람들은 온데간데없어. 거기에는 마을도 없고, 불타던 절도 없어. 그냥 물만 가득했어. 그래서 어느 지역에 가면 호수 근처에 커다란 나무가 있는데, 그게 그때 짚은 지팡이라나 뭐라나."

샛별은 오, 하고 짧게 리액션을 하면서, 이 이야기의 교훈은 어떤 거예요? 하고 도하에게 물었다. 도하는 눈앞에 있는 호수를 바라보면서 이 이야기가 주는 메시지에 대해서 생각했다. 욕심을 부리면 벌을 받는다는 이야기인 것인지, 결정을 내리지 못한 승려의 우유부단함을 지적하는 것인지, 자신의 일을 타인에게 떠넘긴 신을 비판하는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옛이야기들은 으레 그렇듯 정해진 대답이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의문만을 던지고 사라지는 옛이야기가 정이 갔다. 거기에는 끝없는 상상이 덧붙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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