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도 이제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올해는 참 열심히 보낸 해다. 글을 다시 쓰기 시작하고, 취업전선에 뛰어들었고, 사람 간의 관계도 유지하기 위해 부단히 애썼기 때문이다. 스스로 자부할 만한 열심히 산 해, 나에게 의미 깊었던 올해를 잘 갈무리하고 싶다. 소중했던 것들을 내년에도 소중하게 여길 수 있도록.
올해를 돌이켜 보면 나에게 소중했던 것들은 낡고 그 자리에 있던 것들뿐이었다. 다만 내가 이제야 보이기 시작했을 뿐 확실히 새로운 것들은 아니었다. 글쓰기도, 사람도, 이 계절도. 글을 쓰기 시작하고 나서야 온전히 느낀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깊이 들여다볼수록 그 모든 것들이 궁금해지고, 알고 싶고, 소중하다고 생각했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서로의 기쁨이기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출근하는 길에 공원을 가로질러야 하는데 노랗게 바랜 나뭇잎과 햇살이 기막히게 어울렸다. 전에는 보지 못한 풍경이었다. 봄도 아닌데 내 마음이 녹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어제 서로의 오해로 인해 조금은 불친절한 말을 내뱉었던 친구와의 메신저 내용이 떠올랐다. 진심을 터놓을 수 있는 그리고 믿을 수 있는 소중한 사람 중 하나이기에 서운한 감정을 눌러왔더니만 그게 그렇게 터졌나 싶었다. 계절의 위로를 빌려 그리고 올해의 좋은 갈무리를 위하여 매듭지어지지 못한 채 끝난 이 이야기를 마무리 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메신저 아이콘 속 첫 번째 대화창을 클릭했다. 어제의 정리되지 못한 감정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내용들이다. 이성에게나, 친구에게나 좋은 사람을 만나면 주체 못 할 기쁜 감정이 올라와 강아지처럼 들이대다 보니까 내 마음을 돌아보지 못하는 일이 생기기 일쑤다. 터져버린 감정들 다시 헤집고 정리하다 ‘이번 주 토요일에 만나자고 해볼까’하는 마음으로 갈팡질팡 하던 중 노란 나뭇잎으로 가득한 한 그루의 나무 사진이 대화창에 띄워졌다.
짐짓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이번 주 토요일에 한 번 보자고 메시지를 날렸다. 그리고 알겠다는 답변 뒤로 멋쩍은 ‘ㅎㅎ’가 붙은 걸 확인하고 대화창을 나왔다. 그저 가을날의 나무 한 그루가 마음을 녹여준 것인지 아니면 완벽하게 서로를 이해할 수 없음을 인정하더라도 소중한 사람이기에 진심을 보이고픈 마음을 나무로 에두른 것인지 알 수 없다.
신기하고, 복잡한 감정을 느끼며 소중한 것들은 더욱 명확하게 보여주는 이 계절에 감사했다. 날은 더 추워져 거리를 수놓은 노란빛은 곧 하얀색 혹은 창백한 회색이 되어버릴 것이다. 하나 추위 속에서도 소중한 것들은 그마저도 견딜 수 있게 만든다. 이 겨울을 따스히 버틸 수 있게 하는 소중한 것들.
올해가 특별한 이유는 소중한 것들을 소중하다고 알아채게 만든 한 해이기 때문이다. 열심히 살아낸 것에 대한 선물이었을까. 하나 알아차린 것으로 그치면 그마저도 지킬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소중한 것들을 어떻게 소중하게 지켜낼 수 있을지, 온전히 담아낼 수 있을지에 대한 또 하나의 인생 과제가 내려온다. 부단히 공부하고 느끼고 울어야 할 것이지만 내년 이맘쯤 소중한 것들을 소중하게 지켜낸 한 해여서 또한 열심히 살았다고 말할 수 있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