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잠시 멈춘다.
“예술은 왜 필요한가요?”
이 질문을 곱씹어본 적이 있었나?
한 번도 스스로에게 물어본 적이 없다.
어떤 거창한 이유나 계기가 있어서 예술에 다가간 것은 아니라서…
그렇다면 끝에서부터 거슬러 올라가 볼까.
내 생의 마지막은 어떤 모습일까.
어쩌면 조용한 무대일 수도 있고, 바람이 스쳐가는 창가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귀로 듣는 소리가 아니라
손끝으로, 숨으로, 온몸으로 그리는 음악이 있겠지.
독일의 아주 작은 시골 마을에서 열린 음악 아카데미에 참가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 한 여학생이 연주했던 브람스 비올라 소나타 1번이 지금도 선명하다.
반짝거리는 음표들이 방안을 가득 채우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순간에 모든 것이 아름다웠다.
그때 내 마음을 움직인 것이 브람스였는지,
아니면 브람스를 연주하던 그 학생의 손길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내가 같은 공간에서 음악을 온전히 느끼며,
옆자리에 놓인 첼로를 바라보니 그 순간이 참으로 벅찼다. 오래 기억될 만큼 행복했다.
그래서, 예술이 왜 필요하냐고?
그건 이유로 증명하는 게 아니다.
예술은 기쁠 때나 고단할 때나 나와 숨을 맞추는 존재다.
마지막까지 함께할 ‘방식‘,
곁을 지키는 숨, 혹은 맥박 같은 것이다.
의외로, 이건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사랑보다 더 오래, 더 깊이 나를 지탱해 온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