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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재 Mar 10. 2020

폭우

아스팔트로 돌진하는 빗방울

너와 나 사이로 드리운 두꺼운 장막

점이 모여 선이 되는 이치를 조롱하고


산란하는 빛이 찬란한 때가 있었다

라고 

요즘 들어 부쩍 과거형으로 생각한다


그때는 네가 주어이면 내가 동사가 되어 주었다

후회는 일곱 색깔 무지개를 잿빛 덩어리로 만들었고

망각은 회고의 부작용이다


언제부터였는지 알 수 없다

구름은 그렇게 회고의 세월을 통과하며

한 줌 한 줌 빚어졌다


역사는 의심의 뿌리이고

의심은 세균처럼 증식한다

너와 나에게 역사가 있다면

의심의 맥락에서 서술되어야 한다


창에 비치는 잿빛 눈동자가

추락하는 빗방울을 따라가는 부정확함으로

우리는 그렇게 기록되고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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