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갈겨 쓴 속시를
A는 내게
어쩌다 잠에 빠져 버렸느냐고
그러면 나는
어째서 사람들은 이 밤에
잠들지 않을 수 있는 거냐고
- 問問
너는 안다
나는 모른다
나는 너를 시간처럼 사랑하기 때문에
- 개봉이 금지된 어떤 영화의 러닝타임
일상은 연소 되어
연기로 날려
흔적이 없고
사건은 재가 되어
차곡이 쌓여
오래도록 남는다
너의 일상이
나에겐 사건인
그런 계절의 비상
마음의 낙하
- 交叉
묶었던 머리를
잠시 풀었을 때
나는 두 타입의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노라고
- 異形
여권을 챙겨 나가
방으로 돌아 와야지
누구든지 내려다 보이는
원뿔의 예리한 꼭대기에서
둔각의 모습으로 산화 하려면
좌절 같이 사는 수밖에
그래 작아진다
작아지고 작아져서
콩알만해 지자
아까부터 이쪽을 주시하는
저 쥐새끼가 마음껏
나를 갉아먹도록
- 作心
너의 왼 편에서 걸을 때면
나는 네 오른 면이 그립다
너의 앞에서 잔을 들 때
나는 네 뒷 모습을 그리워 한다
너의 다각(多角) 면면을
동일한 질량으로 연모 한다고
지금 이 졸속한 시구를 써내려 가며
홀로 흡족한 순간에
문득 부끄러움은
쏟아지는 잠처럼 밀려 온다
네가 보인 적 없을 마음의 사각(死角) -
구석진 한 켠에
무수한 지난 아픔들
돌처럼 고요하게 늘어져 있을 거라고
열병의 기침으로 앓았을
너의 과거 그 위로
나를 덮어 보듬고 싶다고
볼품 없는 홑이불이라도 되고 싶다고
이쯤이겠거니,
헐거운 천조각의 심정으로
- 裏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