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들 2

휘갈겨 쓴 속시를

by 김아진



A는 내게

어쩌다 잠에 빠져 버렸느냐고


그러면 나는

어째서 사람들은 이 밤에

잠들지 않을 수 있는 거냐고


- 問問




너는 안다

나는 모른다

나는 너를 시간처럼 사랑하기 때문에


- 개봉이 금지된 어떤 영화의 러닝타임




일상은 연소 되어

연기로 날려

흔적이 없고


사건은 재가 되어

차곡이 쌓여

오래도록 남는다


너의 일상이

나에겐 사건인

그런 계절의 비상

마음의 낙하


- 交叉




묶었던 머리를

잠시 풀었을 때


나는 두 타입의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노라고


- 異形




여권을 챙겨 나가

방으로 돌아 와야지

누구든지 내려다 보이는

원뿔의 예리한 꼭대기에서

둔각의 모습으로 산화 하려면

좌절 같이 사는 수밖에


그래 작아진다

작아지고 작아져서

콩알만해 지자

아까부터 이쪽을 주시하는

저 쥐새끼가 마음껏

나를 갉아먹도록


- 作心




너의 왼 편에서 걸을 때면

나는 네 오른 면이 그립다


너의 앞에서 잔을 들 때

나는 네 뒷 모습을 그리워 한다


너의 다각(多角) 면면을

동일한 질량으로 연모 한다고

지금 이 졸속한 시구를 써내려 가며

홀로 흡족한 순간에


문득 부끄러움은

쏟아지는 잠처럼 밀려 온다


네가 보인 적 없을 마음의 사각(死角) -

구석진 한 켠에

무수한 지난 아픔들

돌처럼 고요하게 늘어져 있을 거라고


열병의 기침으로 앓았을

너의 과거 그 위로

나를 덮어 보듬고 싶다고

볼품 없는 홑이불이라도 되고 싶다고


이쯤이겠거니,

헐거운 천조각의 심정으로


- 裏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