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의 동물원

by 이영희

일요일,
부슬비 내리는 과천 대공원.
봄날의 장사를 비 때문에 망쳤다며
길 중앙에 자리 잡은 좌판에 먹거리를 늘어놓은 아줌마들이 깁 밥과 가래떡을 들고

천 원, 오백 원, 오백 원하며 소리소리친다.

동물원 안, 산책길은 번잡하지 않고 호젓하니 나뭇가지마다 방울방울 맺히는 이슬이 운치는 있는데.
갇혀 있는 맹수들과 날짐승들. 어제는 콘돌과 독수리 우리 앞에서 오래오래 서성였다.
넓지 않은 공간 안에서 커다란 멋진 날개 한 번 쫙 펼쳐 날아 보지 못하고 뒤뚱거리며

걸어 다니는 모습이 우울하다.

먹이를 잡지 않아도 해결되는 보장된 양식에, 그들이 행복할 것이라고 단정 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양식이 보장되지 않는 자유 또한 슬플 뿐이지. 훨훨 나는 자유를 잃어버린 박탈감.

안달하지 않아도 차려지는 밥상.
그 간극.
어쩌면 파괴되는 현실의 야생에서는 더욱
불안한 생을 이어 갈 수도.

생은 어디서나 절박하다.
오백 원 천 원, 목청을 높이며 제발 먹거리를 사가라며 아줌마들은 호객하고, 원숭이는

까맣고 고 작은 손을 철창 밖으로 내밀며 더 새카만 눈으로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애걸한다.

비 오는 날엔 차라리 동물원 옆 미술관으로
발 길을 돌리는 게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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