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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 뭐하시나

by 이영희

웃음을 끌고 가는

- 김주대



사내가 턱에 걸린 휠체어를 밀어주자

휠체어에 앉은 여자가 고개를 뒤로 젖히며

덜컥, 웃는다

휠체어를 밀어준다는 것이 그만

여자의 이마 안에 감춰진 미소를 민 모양이다

휠체어에 앉은 여자의

안면 쪽으로 밀려 나온 미소가 들어가지 않는다

미소가 앞장서 간다

휠체어를 미는 사내가

여자의 미소에 웃으며 끌려간다

미소가 웃음을 끌고 가는 언덕길 오후






비는 '억수'라는 말이 잘 어울리게

퍼부었다.

시집을 꺼내 들고 읽는다.


갑자기

설컹설컹한 뇌를 푹, 뚫고 들어오는 시어들.

장애물에 걸린 휠체어.

그 '덜컥'이 왈칵하며 내 이마를 눈을 달군다.


분명 밝고 맑은 시어들인데....

빽빽한 문장도 아닌데 빈틈없는 행간들.

소박한 웃음이 멀리멀리 동글동글 퍼지는 지금.....





IMG_20190721_1.jpg 집사, 뭐하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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