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을 끌고 가는
- 김주대
사내가 턱에 걸린 휠체어를 밀어주자
휠체어에 앉은 여자가 고개를 뒤로 젖히며
덜컥, 웃는다
휠체어를 밀어준다는 것이 그만
여자의 이마 안에 감춰진 미소를 민 모양이다
휠체어에 앉은 여자의
안면 쪽으로 밀려 나온 미소가 들어가지 않는다
미소가 앞장서 간다
휠체어를 미는 사내가
여자의 미소에 웃으며 끌려간다
미소가 웃음을 끌고 가는 언덕길 오후
비는 '억수'라는 말이 잘 어울리게
퍼부었다.
시집을 꺼내 들고 읽는다.
갑자기
설컹설컹한 뇌를 푹, 뚫고 들어오는 시어들.
장애물에 걸린 휠체어.
그 '덜컥'이 왈칵하며 내 이마를 눈을 달군다.
분명 밝고 맑은 시어들인데....
빽빽한 문장도 아닌데 빈틈없는 행간들.
소박한 웃음이 멀리멀리 동글동글 퍼지는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