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 홀로 살아가는 사람들, 집단을 만들고 그 집단에 기대어 살아가지만 그것은 살만하다는 위안을 주는 바람막이며 울타리일 뿐. 집단에서 발을 빼면 오롯이 나 자신만의 울타리를 만든다. 외로움을 다독거리며 감당해야 해.
기분
그동안 수많은 사람과 만나고, 헤어져 가슴앓이를 하다 영원히 잊고, 누군가에겐 잊힌 채 살기도 하지만 애써 기억하려 뒤척이지 않아도 생생한 사람이 있다. 아름답게 기억되는 사람을 떠올려보는 일은 살만한 기분이 조금 들게 한다
고독
나에게 고독은 결코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과의 대면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바라봄이며 내 자신을 남에게 양도하거나 버리지 않고살게 하는 끝까지 함께해야 할 친구다. 하지만
고독을 자랑삼아 말하는 사람들 꼭 있다. 고독이라고 입밖으로 내 뱉는 순간, 오늘처럼 고독을 욕되게한다는 것을.
부탁
글은 나를 닮은 사람이면 된다. 내 자신을 영웅시하거나 예언자와 초능력자의 자격을 부여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 그런 성향의 글은 두줄도 읽기 전에 탁 덮어지고 만다.
그러니 제발.
운명
어떠한 화살이든 시위를 떠난 후에는 과녁을 향해 날아간다. 어떤 때는 기대에 못 미치기도 하고, 그 이상의 장소에 몸을 던지기도 하지만 허공을가르며 날아간 화살이 떨어지는 지점이 운명 지워진 과녁의 한 중심, 목표였다는 사실에 고작 이것일까 싶지만, 어쩌랴 멀리 빗나갔지만 내 운명.
각색
스스로 파놓은 수렁에 빠진 후, 그 결과를 불운의 탓으로 돌리곤 한다.비겁했다. 편리한 대로 생각을 몰고 가는 겁쟁이었을 뿐.
삶은 이런 것일까. 삶의 시간을 무책임하게 판단하고 그것을 불행이니 행복이니 하는 말로 각색하는 것이 어리석은 일인 줄 알면서도 그 길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 이젠 어리석음을 각색하기엔 행과 불행도 나이 들어 버렸다.
우울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할 수 있는 존재라고 누군가에게 그럴듯한 표정으로 말을 했던 기억도 있고, 나도 꾸준히 그럴듯하게 들어왔다. 가장 필요한 것은 삶에 대한 자신감이라는 그 흔한 말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으며 지금에 왔다. 그래야만 이 시대의 우울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들은 윤기가 잘잘 돌게 한다. 하지만 우울의 파도를 하나 넘기면 어느새 발을 적셔오는 비슷한 크기의 우울 파도.
오해
우리는 남의 일을 영악하리만큼 우리 생각대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막연한 추측은 어느 순간 현실로 확신하는 데서 오는 일종의 오해다. 이는 사람을 사악한 존재로 인식하는데서 오는 결과.
이해받기를 그토록 원하면서 오해는 쉽게들 한다.
소유
無소유에 대해 생각한다. 무소유 무소유. 없을 無. 원래 없는 것을 소유하고는, 그것을 없애고자 애를 쓰며 집안의 물건들을 싹 청소했다며 마음까지 가뿐하다고 말들을 한다. 그렇게 내다 버린 그 많은 쓰레기는 누가 소유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