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산조각

by 이영희

산산조각

- 정 호 승


룸비니에서 사 온
흙으로 만든 부처님이
마룻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팔은 팔대로 다리는 다리대로
목은 목대로 발가락은 발가락대로
산산조각이 나
얼른 허리를 굽히고
무릎을 꿇고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순간접착제를 꺼내 붙였다
그때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불쌍한 내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어주시면서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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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산조각을 얻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

부서지지 않으려 하지만 수없이 깨지고 상처가 아물어야 詩로 보여지고 산문으로 읽히겠지.

소 잃고 외양간을 고쳐봐야 소용없다는 속담이 있지만 고치지 않는다면 더 많은 소를 잃었을 것이다. 아무리 살아내도 고쳐야 할 버릇은 내게 여전히 남아 있다.


한 신부가 착하고 훌륭하게 살아가는 농부의 고해를 받으면서, 평소에 하던 대로,

하나님을 믿느냐고 물었다. 농부의 대답은

" 믿지 않습니다 신부님, 만일 믿고 있다면 이런 식으로 살 리가 있겠습니까. 오직 자기만 생각하고

먹고 마시며, 하나님과 형제들에 대해서는 잊어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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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이 농부처럼 신앙을 이해하고 믿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습관적으로 하나님 아버지를 찾고 기도하는 것은 진실로 진실로 진실한 기도일까.


정호승 님의 시와 농부의 짧은 이야기를

필사하며 새벽을 열었다. 지금까지 쓰고 지우고 다시 쓰기를 오랫동안 해 왔지만 진실을 말하는 것에 익숙해지기 위한 과정의 되풀이다. 아무리 사소하고 이런 것은 누구나 아는 것이고 얘기할 가치도 없을 만큼 어리석은 것이라고 해도

글로 써봐야지만 내 안의 나를 제대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어떤 생각은 불온하여 모든 종교에 반한다는 이유로, 이 문장은 이래서 걸러내고 저 구절은 욕먹을까 싶어서 걸러낸다면 적으나마 나를 아는 사람들에게 다가서는 글을 쓸 수 없었을 것이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그렇고 그런 사실이라 해도, 내가 느낀 것은 나만이 쓸 수 있다는 소신이 없다면, 이 글도 중간 어디쯤에서 이미 삭제키를 눌러 버렸을 것이다.


부서지고 깨지는 게 살아있음이었다.

부질없다 해도 그 산산조각을 접착제로 하나하나 붙여 오늘이 되었다.


수채화물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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