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은 커피를 들이키며

by 이영희

젊음도 빨랐지만

늙음 또한 바쁘다


아이 때는

이것과 저것의

차이를 제대로 의식하지 못했었는데

어른이라는 이름으로 세상 이치를

좀 알게 되면서 차이에 대해 지나치게

예민해지거나 주장을 펴곤 했었지


젊은 날

그때는 나 자신을 두드러지게 하고픈

욕망으로 원인과 이유를 밝히는데

집착했었지 어느 날은 너무 많은 말을 해서

돌아와 고독했었고, 또 말을 하지 못해 외로웠어


그러다

그러려니, 그렇구나, 그럴 수도 있지,라고

오해와 편견에서 편안함으로 제법

어른스럽게 포즈를 취하곤 해


언제

내게 젊음이 머물렀던가

소나기 보단 보슬비를 좋아하고 붉고

진한 꽃보단 자잘한 들꽃을 좋아했던

젊음이 서둘러 저만치 가버렸네


지금,

이 시간도 바쁘게 가버릴 테지

내 삶이 십 년 , 이십 년 뒤에도 계속된다면

돌아본 나의 무대가 초라하지 않도록 해야겠는데

세월이 빠르고 바쁜 것만 입에 달지 말고


잠시

식은 커피를 들이키며 창밖을 바라보니

아직 시 푸른 가을 하늘이 머물고 있네

12월인데, 어제는 절기상 大雪이었는데

눈이라도 좀 내렸다면

밑도 끝도 없는 이 글이

좀 밝은 쪽으로 쓰였을까.......


오일파스텔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내년 봄에는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