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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은 많지만 무던하게
노트북을 덮어라
by
이영희
Apr 6. 2021
열 하나, 열둘, 열셋..., 그
나이엔
불길한 예감에 사로 잡히거나 원하는 것들이
이뤄지길 바랄 때, 익숙하던 행동에
변화를 주곤 했었지.
행운의 숫자인 7보다는 5, 그 수에 집착을 했다.
주변의 나쁜 기운을 통제하려 했었던 순진함.
엄마가 아파서 누워 기운 없이
내 이름을 부를 때, 그 시절 키우던 강아지가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을 때, 하교 때 학교 앞에서 파는
병아리 두 마리를 데리고 왔는데
자꾸 넘어지며 먹이와 물을 먹지 않을 때, 그리고
갖고 싶은 문구나 예쁜 신발과 옷을 보았을 때,
다섯이라는 숫자를 주문처럼 자꾸 되새김했었다.
아침에
눈을 떠서 바로 일어나지 않고
다섯까지 세고 나서
몸을 일으키거나,
계단이 많은 곳에서는, 오르내리며 다섯 단위로
끊어서 반복하며 여섯을 넘어서려 하지 않았다.
공중 화장실 노크도 똑똑. 똑똑똑
그렇게 해야지만
아픈 엄마가 빨리 회복되어 웃을 것이며,
집 나간 강아지가 꼬리 치며 폴짝이며
돌아올 것 같고, 병아리도 삐약거리며
먹이를 먹고 총총총, 통통통
발랄한 재롱을 다시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5의 반복, 그것으로 어린 불안이 말끔하게
해결되길 얼마나 간절히 빌었던가.
하지만 아무리 다섯 단위로 자신을 제어하고
액운을 막으려 해도 돌아가는 현실 세상은
간절히 바라는 대로 이뤄지는 일이 거의 없었다.
하루 이틀 아프면 끝나야 할 엄마의 병은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겨우몸을 추스를 수 있었으며,
기다리고 기다려도 강아지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병아리도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오니
눈을 꼭 감고 축 늘어져 죽고 말았다.
옛날의 소녀가 그토록 간절히 바라고
살리고 싶었던 생명과 소망들. 이제는 그 보다
더, 더, 더 큰 숫자를 불러내도 산채로 죽어가는
가축은 해마다 더 늘어날 뿐이다.
살처분이라는 행태.
살아서 울부짖는 소와 돼지, 닭과 오리 등등.
그냥 땅을 파고 묻어버린다.
오롯이 인간을 위해서
.
그렇다면 우리 인간도
먼 미래엔 전염병이 돌면 감염된 인간들
모아 놓고 산채로 묻어야 할 날이 오지 않을까.
그럴 일은 절대 없다고??...
인간이 얼마나 제 살 궁리에 빠삭한 동물인데.
과연 그런가.
미얀마가 지금 그런 지옥 구덩이 아닌가.
우두머리 사람 하나 때문에.
동물농장의 빅 브라더가 그곳에 또 있었네.
더 이상 인간적이지 않은 신에게
우리는 무엇에 대해 기도를 올려야 할까.
그래도 이것이 모두 신의 계획에 있는 거였다고?
신의 뜻은 그 누구도 아무도 모른다고?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
예수와 부처보다 숫자 5에 매달리던 그 날의 소녀여, 더 슬퍼지기 전에
뜨거운 커피 한 잔 마시며, 정신 세우고 이젠 그만 노트북을 덮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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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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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스트
쓰고 지우고 다시 쓰고 있습니다. 그림을 즐깁니다. 수필집 <자궁아, 미안해> 2022년 봄,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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