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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희 Nov 14. 2023

살 까기


북한에서 다이어트를

살 까기라고 표현한다는

.

.

살아온 날만큼 몸도 낡아져

온갖 자잘한 병이 따라붙는다


묘한 주사약을 투여한 후 췌장암

검사.. 시티촬영에 혈액검사

골밀도 검사에 내장 곳곳을 살피는

초음파를 마치니

간수치가 많이 나쁘고

척추는 빨간색으로 위험 골다공증

잦은 기침에 비염까지

당수치도 경계를 오고 가는

안구도 약해져 외출만 하면

눈물이 글썽글썽


의사의 처방은

B형 간염 주사를 두 번 맞으라 하고

골다공증 주사를 석 달에 한 번씩

비타민 D 주사도 그렇게 맞으란다

그리고 혈액검사도 주기적으로

무엇보다 식이요법으로 살 까기를

해야만 간수치가 좋아질 거라는

.

.


블루베리와 브로콜리

계란과 양배추

시금치와 견과류.. 그리고

둥굴레차를 많이 마시고

잡곡밥과 과일 섭취.. 등등


사람들이 말을 붙여온다

살이 좀 빠졌다고... 다시

병원을 찾아가니 간수치도

당 수치도 정상범위

하지만 결코 방심은 금물이라며

늘 먹고 마시는 것에 주의를

게을리 말라는....

신체 나이를 잘 다스리며 무리한

운동은 삼가라고


나는 격한 운동을 좋아하지도

그렇게 할 마음도 없다

달리기와 등산은 허리와 발목이

시원찮아 생각도 안 한다

매일 수영장을 가도 일주일에 두 번 수영이면 족하다... 나머지 날들은 온탕에서 반신욕과 사우나로 때운다

그리고 집에서 약간 땀이 나는

정도의 실내 자전거 타기 정도


이렇게 점점 몸이 낡아져 가네

아무리 백세니, 백오십 세니 시대가 온들 쪼그라지는 장기들은 어쩌랴


건강하게 살다 저쪽 세상 가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언제까지 정신이 찢어지지 않고 말짱하기도 어렵고.. 겨우 겨우

하루를 챙기는 것도 심란해지겠지

너도 나도 예외가 없을....


그래도 지금은 살 까기를 해야만

어느 정도 몸을 유지할 수 있다 하니, 

보는 거야... 해야만 하고

.

.

여기까지 쓰는데 약간의 허기

삶아 놓은 계란이나 하나 까먹자

.

.

텔&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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