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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희 Feb 20. 2024

늘어짐과 고장과 상실


피부는 아래로 아래로 늘어져간다.
코 옆으로 진하게 그어진 팔자주름.
목도 울퉁불퉁 굴곡이 졌다.

잇몸 치료로 치아를 복원 중이지만
예전거침없이 뜯고 씹던 식욕도 저만치 사라졌다.
기관지와 폐도 낡아져 쿨럭대며 군데군데 녹이 슨 연통 같다.

몸 여기저기 고장 나는 시간의 흐름.
더불어 의욕 상실.
이만하면 족하다가 아닌, 요만큼을
살아내고자 이렇게 저렇게 그렇게, 자잘한 때론 굵직한 수많은 결정의
결과물. 그것이 지금의 나와 당신.

육체와 정신.
둘 다 서서히 잘 무너져야 할 텐데.
점점 고장 나는 육체에 정신만 또렷한들 무슨 소용이며, 정신은 오락가락 헤매는데 몸피는 계속 피둥피둥하면 또 어쩌겠는가.

살다가 살다가 나중은 병들어, 먹고 싶어도 오장육부가 메말라 굶어 죽는
게 인간인데.... 별 걱정을 다 하는
이런 생각 자체가 한심하지만
아버지, 엄마, 큰오빠.. 그리고 내 앞에 먼저 간 많은 친인척들.
이젠 삶보다는 죽음에 더 친숙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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