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훈, 허송세월

by 이영희


그는 이제 오래되어 여기저기

삐걱대는 자신의 몸에 대해 썼다.

하지만 이쪽에서 저쪽을 세세하게 관찰하는

아직 생생한 그의 눈빛.

집요하게 본 것들의 본질을 끄집어내는

김훈이 눌러쓰는 연필의 힘.

독자인 나는 책 안의 그를 관찰하는 재미.

칼의 노래, 남한산성, 그리고 더 많은

소설과 산문 집 속의 독특한 문체.

역시 변함이 없다.

늘어지거나 칭칭 남아도는 감정 절제미.

솜씨 좋은 한정식 주방장의 정갈한 밑반찬.

그 맛과 글맛이 같아서 행간에 보탤 것도

더 깊이 사유할 것 없이 한 종지, 한 문장 안에서

전개되고 마무리된다. 깔끔하다.


1948년 생.

팔순을 바라보는 작가.

헛되고 헛되다고 그는 쓰고 있지만

치열하게 살아 본 자만이 할 수 있는 언어들.


이제 허송세월만 남았다는 김 훈.

그래도 세월을 낚아 이렇듯 산문집을 엮어,

나 같은 게으른 자를 일으켜 페이지를 넘기게

해 준다.

곰국 같은 활자들에 공감하며

새벽 폭우와 세찬 바람을

잊게 해 준 것에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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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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