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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륜지대사
by
이영희
Dec 28. 2024
그래,
간소하게 하자고
계란 물 풀고
부침가루 개고
동태
전
동그랑땡
배추 전
두부를 부치고
조기 똑똑한 놈
세 마리
혼자 장만하는 손길이 바쁘다
도라지, 고사리 볶고
숙주에 시금치 데치고
이번엔 닭대신 계란 삶고
밤, 대추,
곶감,
사과, 배...
북어포에
탕국은 좀 큰 솥에 끓이고
아들과 며느리
퇴근하고 들어서네
제사 날은 나
혼자 하기로
서로 약속했다
설명절과 추석엔 연휴가 되니
며느리가
전과 생선을 맡아서 해 온다
함께 상을 차리고
우리
네 식구 향을 피워
큰절 올리고, 음복주 나누네
교자상에
둘러앉아 늦은
저녁을 먹었다
간단하게
한다 해도
장을 보고 손질하는 마음은
이미 조상님 은덕에 다가가는...
어찌 허투루 기운을 다스릴까
적든 많든
정갈하게 정성스레
.
.
내일이
어머니, 아버님
결혼기념일이라며
예쁜
케이크를 사들고 온 며느리
고운 마음에 맛도 두 배
그렇게 어제가 지나갔다
.
.
오늘이 결혼 44주년
이젠 서로 뒤섞여
너를 닮은 남자
너를 닮은 여자
인륜지대사가 어찌 결혼 뿐이랴
죽은 날도 그러하니...
.
.
아크릴물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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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기념일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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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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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지우고 다시 쓰고 있습니다. 그림을 즐깁니다. 수필집 <자궁아, 미안해> 2022년 봄,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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