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추월하고 번개를 뒤쫓는
천리마는 결코 암수나 털 색깔
따위의 외관에 있지 아니하고,
소리가 상응하고 같은 기운끼리
짝하게 만드는 작품을 내는 작가는
절대로 문자나 형식에만 얽매이는
답답한 인간들 사이에 있지 아니하며,
바람이 물 위를 스칠 때 퍼져나가는
물무늬와 같은 아름다움은 절대로
한 글자 한 구절의 기특함 속에
있지 아니하다.
엄밀한 결구나 적절한 대우, 이치나
법도에 합당한가의 여부, 수미가
상응하고 허실이 번갈아
일어나게 하는 등등의 갖가지
병폐는 모두 글 짓는 방법으로
논의되지만 천하의 으뜸가는 문장에는
해당되지 않는 말이다.
-이지-焚書(분서)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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