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묻는다

by 이영희

소세키라는 일본 시인은 이런 시를 썼다.


홍시여, 이 사실을 잊지 말게

너도 젊었을 적엔

무척 떫었다는 걸





안도현 시인은 〈너에게 묻는다〉에서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이재무 시인의 <땡감>은.


여름 땡볕

옳게 이기는 놈일수록

떫다

가을 햇살 푸르른 날에

단맛 그득 품을 수 있다

떫은 놈일수록

벌레에 강하다

비바람 이길 수 있다

덜 떫은 놈일수록

홍시로 가지 못한다

아, 둘러보아도 둘러보아도

이 여름 땡볕에

땡감처럼 단단한 놈들이 없다

떫은 놈들이 없다





세 분의 시를 옮겨보며

이재무 시인은 소세키의 '하이쿠 '를 읽고

조금 길게 풀어쓴 듯하다.

시란 뒤집기 한 판이다.

떫은 감에서

연탄재에서 돌아보기를 한다.

뜨겁게 삶을 고민해 보지 않고

세상일에 조금 익숙해졌다고 미숙했던 시절을

결코 잊지 말란다.


이재무의 시는 소세키와 안도현을 뒤섞어 놓은 것 같다.

젊음은 젊음답게 세상에 반항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리저리 차여 봐야 안다는 것이다.


떫어보지도 않고 홍시처럼 살아내는 인생들이 많아진 요즘이다.

폼 잡고

아는 척하고 감상만 여유롭고

저 혼자 멜랑꼴리 하며 센티하다.

좀 더 치열하게 치밀하게 고민하라는 언어들.


인생의 쓴맛 단맛,

세상사를 세 줄, 두 줄로 압축하기 위해 그들은 깊은 눈으로 응시한다.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공짜는 없다.


때때로

내게도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의 파편이 있다.

길을 걸을 때

설거지를 할 때

잠에서 막 깨어날 때

냉장고 문을 닫고 막 돌아설 때.

기막힌 문장이 뇌리를 때린다.

맞아, 그것.

저절로 떠오른 것이 아니다.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이든 끊임없이

문제에 대해 생각을 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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