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걱정은 많지만 무던하게
너에게 묻는다
by
이영희
May 18. 2019
소세키라는 일본 시인은 이런 시를 썼다.
홍시여, 이 사실을 잊지 말게
너도 젊었을 적엔
무척 떫었다는 걸
안도현 시인은 〈너에게 묻는다〉에서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이재무 시인의 <땡감>
은.
여름 땡볕
옳게 이기는 놈일수록
떫다
가을 햇살 푸르른 날에
단맛 그득 품을 수 있다
떫은 놈일수록
벌레에 강하다
비바람 이길 수 있다
덜 떫은 놈일수록
홍시로 가지 못한다
아, 둘러보아도 둘러보아도
이 여름 땡볕에
땡감처럼 단단한 놈들이 없다
떫은 놈들이 없다
세 분의 시를 옮겨보며
이재무 시인은 소세키의 '하이쿠 '를 읽고
조금 길게 풀어쓴 듯하다.
시란 뒤집기 한 판이다.
떫은 감에서
연탄재에서 돌아보기를 한다.
뜨겁게 삶을 고민해 보지 않고
세상일에 조금 익숙해졌다고 미숙했던 시절을
결코 잊지 말란다.
이재무의 시는 소세키와 안도현을 뒤섞어 놓은 것 같다.
젊음은 젊음답게 세상에 반항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리저리 차여 봐야 안다는 것이다.
떫어보지도 않고 홍시처럼 살아내는 인생들이 많아진 요즘이다.
폼 잡고
아는 척하고 감상만 여유롭고
저 혼자
멜랑꼴리 하며 센티하다.
좀 더 치열하게 치밀하게 고민하라는
언어들.
인생의 쓴맛 단맛,
세상사를 세 줄, 두 줄로 압축하기 위해 그들은 깊은 눈으로 응시한다.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공짜는 없다.
때때로
내게도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의 파편이 있다.
길을
걸을 때
설거지를
할 때
잠에서 막 깨어날 때
냉장고 문을 닫고 막 돌아설 때.
기막힌 문장이 뇌리를 때린다.
맞아, 그것.
저절로 떠오른 것이 아니다.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이든 끊임없이
그
문제
에 대해 생각을 했기에....
keyword
독서노트
시
글쓰기
3
댓글
2
댓글
2
댓글 더보기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이영희
직업
에세이스트
쓰고 지우고 다시 쓰고 있습니다. 그림을 즐깁니다. 수필집 <자궁아, 미안해> 2022년 봄, 출간했습니다
팔로워
300
제안하기
팔로우
매거진의 이전글
부끄럼과 쪽팔림
너는 나다
매거진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