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다기리 조를 닮은 부자

도쿄 기치조지 이노가시라 공원, 이세야

by 아무




기치조지 역에서 걸어서 10분.

거의 일직선으로 느긋하게 걷다 보니 이노가시라 공원의 입구가 나왔다.

입구의 계단을 내려가자 푸르른 공원이 드넓게 펼쳐졌다.

적당한 간격으로 선 나무들이 늦겨울 오전에 내리쬐는 햇빛을 반쯤 가려주어 미간에 들어갔던 힘이 저절로 스르륵 풀어졌다. 조금 서늘한 나무 그늘 아래를 여유롭게 걸었다.

어디선가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기다란 공원 한가운데에 있는 기다란 연못을 배경으로 굵은 나무 옆 그늘 속에서 한 중년의 남자가 건반을 연주하고 있었다.

반짝이는 수면과 건반 소리, 그리고 중절모를 쓴 중년의 남자.

어쩐지 일본 영화 속 한 장면 같다. 그러나 공원 산책에는 썩 어울리지 않는 음악이었다.

노래도 불렀던가. 기억이 흐리다.

나는 그의 음악을 들으며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그곳을 지나쳤다.

키 큰 나무와 흙바닥, 큰 연못, 그 위에 떠 있는 작은 배, 북적이지 않고 한가롭게 거니는 사람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공원과 아주 흡사했다.

서늘한 나무 그늘과 따뜻한 햇살 속을 오가며 한참 걸었다.

어느새 점심시간이 다 되었다.

나는 식당을 탐색하기 위해 공원에서 나왔다.

공원 입구의 계단이 끝나갈 때쯤, 계단 끝에서 바로 왼편으로 줄을 선 사람들을 발견했다.

나는 그 사람들을 발견하고 제일 먼저, 그곳이 어떤 가게인지 알아보기 위해 간판과 가게 전면을 살폈다.

간판이 보이지 않았다. 문도 닫혀 있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줄부터 섰다. 현지인인 듯한 사람이 많아 보였기 때문이다.

내 뒤로도 줄은 순식간에 늘어났다.

우선 휴대폰으로 어떤 가게인지 검색했다.

이세야, 오래된 꼬치 가게였다.

도쿄 여행을 하기 전, 도쿄의 오래된 상점을 소개해 주는 책을 읽었는데, 그 책에 내가 가보고 싶다고 표시해두었던 장소 중 한 곳이었다.

그런 가게를 이렇게 우연히 발견하다니, 기가 막힌 우연이다.

12시 정각이 되자, 꼬치를 굽는 가게 전면의 창이 열리고 손님을 받는 점원이 가게 문을 열고 나와 차례로 자리를 안내해 주었다.

머지않아 가게 안은 손님으로 가득 찼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지만 밖에서는 빈자리가 보이지 않았다.

영락없이 누군가가 먹고 나올 때까지 한참 기다려야겠구나, 하고 조금 낙심하던 차였다.

자리를 안내하던 점원이 내게 혼자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자기를 따라오라고 했다.

그리고 공원이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창가 자리로 안내해 주었다.

통 유리창 앞에 옆으로 나란히 앉는 기다란 테이블에는 정말 딱 한 자리만 남아 있었다.

이 또한 기가 막히게 운이 좋았다.

자리에 앉자 점원이 메뉴판을 가져다주었다. 순간 까막눈이 되었다.

각종 꼬치가 줄줄이 나열되어 있다. 세트도 있다.

점원에게 추천해 달라고 했지만 역시 모르겠다.

주문은 감에 맡겼다.

점원이 추천해준 꼬치 세트에 파 꼬치와 교자를 추가했다. 그리고 소다맛 음료수를 시켰다.

지금의 나라면 당장 맥주부터 시켰겠지만, 그때의 나는 낮술을 하기에도 아직은 조금 이른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주문을 마치고 나니 그제야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정면의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공원은 평화로움 그 자체였다.

내 바로 왼쪽 옆 자리에는 미취학으로 보이는 어린 남자아이가 앉아 있었는데, 꼬마는 아빠와 함께 꼬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짙은 베이지색 트렌치코트를 입은 멋쟁이 아빠와 비슷한 색의 겉옷을 입은 꼬마를 보자 어째서인지 일본 배우 오다기리 조가 떠올랐다. 젊은 아빠와 귀여운 꼬마의 멋스러워 보이는 분위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처럼 따뜻함이 참 잘 어울리는 부자였다. 그들의 다정한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을 만큼.

사진 한 장만 찍어도 될까요?

이 말을 나는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주문한 음식이 나올 때까지 거의 정면만 바라보며 말을 할까 말까 망설였다.

부자의 음식 나왔다. 나는 흘긋 두 사람을 보았다.

꼬마는 나와 같은 음료수가 든 유리컵을 작은 손으로 꼭 잡고 아빠의 맥주잔과 건배를 했다.

나도 마음속으로 같이 '건배'를 외치고 테이블 위의 컵을 입으로 가져와 음료수를 한 모금 마셨다.

잠시 후, 내가 주문한 꼬치구이도 나왔다.

파와 닭고기, 몇 종류의 내장 구이, 그리고 교자.

맛은 좋았다.

그러나 배부르게 먹지는 않았다.

꼬치를 더 주문할까,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역시 밖에서 기다리는 손님들이 마음에 걸리기도 했고, 다른 음식점에 가는 편이 좋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맛있는 음식이 너무 많다. 대식가들이 그저 부럽기만 하다.

나는 적당히 찬 배를 문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계산을 하고 가게 밖으로 나오자 공원에서 흘러나오는 신선한 공기가 나를 맞아 주었다.

전채 요리로 요기를 했으니 주 요리를 찾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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