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문 (1)

성 베드로 대성당, 바티칸

by 아무

2015년 3월 어느 날,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비의 희년을 발표했다.

그리고 2016년, 천국의 문이 열렸다.


무더운 8월의 로마는 어딜 가도 사람이 많았다. 아마 여름휴가철이라 더욱 그랬을 것이다.

바티칸은 특히 더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로마에 머무르는 4일 동안 나는 바티칸, 정확히는 성 베드로 대성당을 두 번 방문했다.

첫 방문은 가이드 투어를 통해서였다.

박물관과 시스티나 성당, 성 베드로 성당까지 둘러볼 수 있는 바티칸 가이드 투어였다.

마지막 코스인 성 베드로 성당에 들어가기 전, 가이드는 성당에 대한 설명과 미켈란젤로의 조각 '피에타'에 대한 설명을 해 주었다. 그리고 우리는 헤어졌다. 성 베드로 성당은 자유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제일 먼저 피에타를 찾았다.

조각은 그 앞에 모인 사람들 사이에 끼어 조금 멀리서 봐야 했다. 그러나 성스러운 조각의 아름다움은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아는 미켈란젤로의 작품 중에 가장 우아했다.

우리가 멀리서 볼 수밖에 없게끔 만든 그 미치광이가 조금 원망스럽긴 했지만, 천재 조각가 미켈란젤로의 작품을 멀리서나마 볼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성당의 내부를 대충 둘러보았다.

유럽 여행을 계획할 때, 성당을 많이 방문하게 될 것 같아서 여행 전에 성경을 한 번 읽어 봐야겠다고 다짐했었다. 심지어 친구가 성경 책을 선물해 주었다. 그런데 나는 성경을 펼쳐 보지도 않았다.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얕은 지식으로 종교화와 조각을 이해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으므로 슬렁슬렁 돌아다니며 단순히 예술 작품으로 감상했다.

그래도 남들이 하는 건 다 했다.

긴 줄 끝에 서서 기다렸다가 닳아서 형체가 일그러진 성 베드로 동상의 발을 만지며 소원도 빌었다.

내부를 둘러보았다면 이제 쿠폴라를 정복할 차례다.

쿠폴라에 오르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중간부터 계단을 오르는 방법.

다른 하나는 처음부터 계단을 오르는 방법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았다.

힘들었다.

힘든 만큼 위에서 내려다보는 광장의 모습이 장관이었다.

걸어 올라갔으면 걸어 내려와야 한다.

다리가 조금 후들거렸지만 괜찮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계단 한 계단 다 밟고 올라갔다 내려왔다는 약간의 쾌감과 만족감이 내 안에 가득 찼다.

마지막 순서는 천국의 문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비의 특별 희년을 선포하여 25년마다 열리는 성스러운 문, 성문이 16년 만에 다시 열린 것이다.

이 문을 통과하면 모든 죄를 용서받을 수 있다고 한다.

성당에 들어오기 전 가이드에게 이 설명을 들었을 때, 어쩐지 내가 아주 운이 좋은 사람이 된 것 같아 기분이 들떴다.

그런데 가톨릭 종교 문화를 전혀 몰랐던 나로서는, 가이드가 말해준 천국의 문이 어디 있는지, 찾기가 힘들었다. 어쩌나 하고 출구 쪽을 어슬렁거리고 있는데, 마침 투어를 같이 했던 일행을 만났다. 그 친구들도 천국의 문을 찾고 있었다.

우리는 도대체 그 문이 어디냐며 반쯤 포기한 상태로 성당을 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성당 문을 나가는 순간, 왼쪽으로 알 수 없는 긴 줄을 발견했고, 빤히 보고 서 있었더니 경호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우리에게 뭐라고 말을 걸었다. 함께 서 있던 일행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가 길을 막아 놓았던 줄을 열고 우리에게 오라고 손짓했다. 나는 그 친구들을 따라 얼떨결에 그 줄에 끼여 섰다.

우리가 찾던 천국의 문을 지나기 위해 선 줄이었다. 바로 눈앞에 두고 찾아 헤맨 것이다.

우리는 드디어 천국의 문, 성문을 통과했다.

정말 아무 의식 없이 줄을 서서 열린 문을 지나가기만 하면 되었다.

이제 내 모든 죄를 용서받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조금 허무했다.

내 모든 죄는 씻겼으나 내 발걸음은 방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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