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컬레이터

단절

by 아무


에스컬레이터를 왜 이렇게 성가시게 만들었담.

언젠가 친구와 함께 입을 모아 투덜댔다.

멀티플렉스 안에 있는 이 영화관에 올 때마다 드는 생각이기도 했다.

영화관이 있는 10층에 올라가려면 중앙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9층까지 올라간 다음, 끊어진 에스컬레이터를 뒤로하고 건물 한쪽 구석에 있는 별도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야 했다.

쇼핑몰과 식당, 그리고 각종 놀이 시설이 있는 9층까지 이어진 중앙 에스컬레이터와 영화관이 있는 10층부터 12층까지 연결된 별도의 에스컬레이터가 나뉘어 있었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편하겠지만, 건물 규모에 비해 엘리베이터가 턱없이 부족했다.

이 점 또한 친구와 불평한 적이 있다.

이 멀티플렉스에는 대체로 영화를 보러 왔기 때문에 고층에 있는 영화관에 가기 위해 두어 번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시도했지만 그때마다 사람이 꽉 들어찬 엘리베이터 안을 보고 금세 타기를 포기했다.

에라이, 그냥 에스컬레이터나 타고 올라가자, 하고 발길을 옮기고 말았다.

그리고 며칠 전, 혼자 영화를 보러 왔을 때의 일이다.

역시 요즘 대형 쇼핑몰들은 이용자에게 불친절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사실 별 것 아닌 일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건물의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안일한 어른의 문제라고 하는 편이 맞을 수도 있고, 어쩌면 그 순간을 예민하게 받아들인 내가 문제일 수도 있다.

그날도 영화가 끝난 뒤, 어김없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9층으로 내려왔다.

멍하니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면서 역시 성가시다고 생각했다.

8층으로 내려가기 위해 건물 중앙으로 털레털레 걸어가고 있는데, 일고여덟 살쯤으로 보이는 남자아이 둘이 내 앞에서 과격하게 장난을 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둘 중 덩치가 큰 아이가 일방적으로 작은 아이의 외투를 억지로 벗겼다.

그러더니 어느 가게가 있는 방향으로 벗긴 외투를 휙 하고 집어던진다.

작은 아이가 옷에 한눈 판 사이 큰 아이는 에스컬레이터에 뛰어들더니 성큼성큼 걸어 내려갔다.

엄마 곁으로 혼자 가버린 것이다.

가만히 뒤에서 지켜보다 ‘설마 작은 아이가 엄마를 놓치거나 하진 않겠지?’란 생각이 스쳤다.

눈짓이나 고갯짓으로 사인이라도 줄까 하고 순간 고민했지만 쓸데없는 참견인 듯하여 아이를 흘끗 한 번 뒤돌아보고 에스컬레이터에 발을 올렸다.

에어팟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멈추고 노이즈캔슬링도 주변음 허용 모드로 바꿨다.

대여섯 칸 아래에 있는 두 아이의 엄마는 사람들에게 가려 머리만 언뜻 보였다.

어쩐지 계속 신경이 쓰였다.

두 아이의 엄마는 수다에 빠져 작은 아이가 곁에 없는 것도 몰랐다.

뒤돌아보았다.

작은 아이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고 두리번거리다 허둥지둥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탔다.

고개를 빼들고 앞사람을 살핀다.

엄마를 찾았다.

성큼성큼 걸어내려갔다.

아이가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작은 아이의 엄마가 의아해하며 왜 우냐고 물었다.

아이는 훌쩍이느라 대답하지 못했다.

“ㅇㅇ이…… 먼저…… 혼자…….”

훌쩍이다 겨우 한 대답은 이렇게 띄엄띄엄 단어로만 말해서 알아듣기 어려웠지만, 엄마들은 다 알아들었을 것이다.

몰래 지켜본 나도 알아들었다.

“그게 울 일이야?”

엄마가 아이 속도 모르는 소리로 달랜다.

‘그럼요, 어머니. 울 일이죠.’

속으로 말을 삼켰다.

아이는 한참 동안 훌쩍였다.

많이 놀랐던 모양이다.

괜히 미안해졌다.

쓸데없다 생각하지 말고 남의 일에 참견 한 번 할 걸 그랬다고 잠시 후회했다.

어른이 되려면 아직도 한참 멀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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