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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느라 이제 와?”
“…….”
“길을 만들면서 왔어?”
“…….”
“꼴은 또 왜 이래?”
담은 신의 긴 머리카락에 덕지덕지 붙은 나뭇잎을 떼어 내며 물었다.
“후우-.”
신이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자 담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의 얼굴을 살폈다.
어쩐지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정말로 길을 헤맨 거야?”
신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신은 관심 없는 척했지만 소녀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그러다 그들의 터전으로 연결된 문을 지나쳤고, 그런 때를 대비해 만든 지름길로 가려했으나 그마저도 찾지 못하고 산중을 이리저리 헤맨 것이다.
“크하하하. 아무리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지만 네가 산에서 길을 잃다니.“
담이 호쾌하게 웃었다.
이런 두 사람의 모습을 반짝이는 눈으로 지켜보는 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소녀였다.
“오, 이번엔 작은 숙녀분인가?”
힐끔 신의 표정을 살핀 뒤, 소녀를 향해 미소 지으며 물었다.
신은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는 뚱한 표정으로 말없이 섰다.
“안녕하십니까.”
신과 달리 지친 기색 하나 없이 씩씩하게 인사한 소녀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담을 올려보았다.
“안녕-. 이곳에 온 걸 환영해요.“
담은 환히 웃으며 다정하게 인사했다.
소녀의 볼이 발그레 상기되었다.
눈높이를 맞추려 무릎을 굽히고 소녀의 눈 속을 살피며 담이 물었다.
“우리가 뭐라고 불러야 할까?”
“아, 저는……그러니까…….”
소녀가 처음으로 말을 주저하고 눈동자가 일렁였다.
담이 또 상쾌하게 미소 지으며 손을 내저었다.
“이런, 미안해요. 내가 너무 급했지? 천천히 알려줘요.”
“네?“
소녀는 어리둥절한 채로 신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신이 작게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이곳에선 모두 자신의 이름을 스스로 정하고 있어. 그러니 너도 네 이름을 스스로 지어 봐. 지금 당장 정하지 않아도 돼. 이곳에서 지내면서 느긋하게 지어도 좋아. 떠나는 날 이름을 남기는 이도 있으니 급하게 정할 필요 없어.“
신의 설명이 끝나자 담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이제 집으로 가 볼까?”
담이 두 사람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저 친구와 난 이쪽. 숙녀분은 이 길이 안내해 주는 대로 따라가요. 그럼 또 봐요-!”
벌써 혼자 저만치 터덜터덜 걸어가는 신을 뒤쫓으며 담은 크게 팔을 흔들었다.
소녀도 덩달아 팔을 들어 흔들었다.
두 사람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소녀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바람이 불어온다.
소녀의 머리카락이 살랑 흔들렸다.
고개를 돌려 바람이 불어온 곳을 바라보자 나뭇잎이 사락거리며 길을 드러내었다.
소녀는 숲이 내어준 길을 따라 걸었다.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지만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집을 떠나기로 결정한 것도, 신을 따라 이곳에 온 것도, 그리고 이 길을 따라가는 지금 이 순간도 모두 자신의 선택이었다.
미지로 향하는 길 위에 선 지금, 약간의 후회로 자신의 선택에 작은 동요가 일었다.
그러자 마치 소녀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부드러운 바람이 그녀를 따뜻하게 휘감고 피로가 쌓인 두 다리를 가볍게 만들어 주었다.
소녀는 머지않아 ‘집’에 도착했다.
“여기가 내가 살 집?”
소녀의 혼잣말에 대답하듯 바람이 집을 한 바퀴 휙 돌고는 위로 솟아 사라졌다.
소란스레 사락거리던 나뭇잎도 일시에 멈춘다.
‘나의 집’
소녀는 어쩐지 마음이 울렁거려 하염없이 집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