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1

by 아무




끼-익.

낮은 철제 문이 요란하게 열리고, 양 볼이 발그레 상기된 두 여인이 뜰 안으로 살금살금 들어왔다.

똑똑.

……

똑똑.

……

현관문을 두드려도 안에서 응답이 없었다.

“아직 자나 봐요.”

어여쁜 여인이 작게 말했다.

“그러게요. 어제 늦게 도착했다고 그랬죠?“

맵시 있게 차려입은 여인 역시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랬대요.“

“그럼 문 앞에 두고 갈까요?“

어여쁜 여인이 고개를 떨구고 손에 든 바구니를 보며 말을 흐렸다.

“그렇지만.......”

두 여인이 속닥이는 동안 달칵 빗장이 풀리고 살그머니 현관문이 열렸다.

낯선 이를 경계하는지 문은 한 뼘가량 열리다 멈춰버렸다.

열린 문 틈으로 아직 앳된 소녀의 한쪽 눈이 드러났다.

“어머.”

어여쁜 여인이 먼저 소녀를 발견하고 인사를 건넸다.

”안녕, 나는 이웃집…이라기엔 조금 멀지만, 아무튼 이런저런 사정으로 이웃에 살고 있는 ‘사가’라고 해.“

들뜬 여인이 눈을 크게 깜박이며 소녀에게 자신을 소개했다.

소녀도 덩달아 눈을 깜박였다.

여인은 악수를 청하기 위해 손을 뻗다 어둡고 좁은 문틈을 통과하지 못하고 머뭇머뭇 제자리로 돌려놓았다.

슬그머니 문이 한 뼘만큼 더 열렸다.

소녀가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밝은 문틈으로 다른 이의 얼굴이 밀려 들어왔다.

“만나서 반가워. ‘이든’이야. 나도 이웃에 살고 있지.“

소녀의 마음을 안심시키려는 듯 맵시 있게 차려입은 여인도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인사했다.

잠이 덜 깬 탓인지, 새로운 만남에 얼떨한 것인지 소녀는 두 여인을 멍하니 보고 섰다.

“좋은 아침이야. 아직 실감이 안 되지? 그래서 말인데, 혹시 우리가 집 안으로 들어가도 될까?”

사가가 참지 못하고 바구니를 높이 들어 보이며 물었다.

“사가, 너무 서두르지 말아요. 아직 시간이 필요할 거예요.”

이든이 나긋하게 말했다.

“그렇지만… 수프가 다 식어버린다고요…….”

사가는 시무룩하게 대답했다.

소녀는 그들의 대화를 듣고 문 뒤로 몸을 숨기더니 곧장 두 사람이 들어올 수 있도록 문을 조금 더 열어 주었다.

“들어오세요.”

소녀가 고개를 빼꼼 내밀며 말했다.

“정말?”

어여쁜 사가는 고작 들어오라는 허락의 말에 아주 기뻐하며 활짝 웃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소녀를 향해 작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사뿐사뿐 집 안으로 들어갔다.

“저도 실례하겠습니다.“

뒤이어 한 고비 넘겼다는 듯 미소 지은 이든도 소녀에게 인사를 건네고 집 안으로 따라 들어갔다.

사가는 아침 식사에 적당한 장소를 찾기 위해 두리번거리다 중얼거렸다.

“세상에, 예상보다 심각하네.”

사가의 말에 소녀는 그제야 집 안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천장에는 거미줄이 주렁주렁 매달렸고, 바닥에는 먼지 뭉치가 데굴데굴 구르고, 가구 위에는 하얀 먼지가 소복이 쌓였다.

‘이런 먼지 구덩이 속에서 잠이 들었다니.‘

소녀는 적잖이 놀랐다.

꿈같은 밤이었다.

다시없을 기회가 아스라이 떠올랐다 연기처럼 사라져 버릴까 조바심이 났다.

홀연히 다가온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두 손으로 꼭 붙들었다.

행여 놓칠세라 악착같이 매달렸다.

소녀는 마침내 해방되었다.

문을 열고 이 집에 들어오는 순간, 그간 쌓인 고단함이 구름처럼 몽실몽실 피어오르며 흩어졌다.

그리고 피로감이 몰려왔다.

폭신해 보이는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나른한 몸이 아래로 아래로 가라앉았다.

‘만약 꿈이라면 영원히 이 꿈에 갇혀 버려도 좋아.’

흐려지는 의식 속에 남은 마지막 의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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