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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은 뜰로 나와 맑은 공기를 마셨다.
“후훗.”
사가가 웃음을 터뜨렸다.
소녀와 이든은 소리내어 웃는 사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두 사람의 시선을 받고 사가가 으스대며 말했다.
“마침 이걸 챙겨 왔지 뭐야.“
사가는 바구니에서 정갈하게 접힌 천 뭉치를 꺼내고 두 사람에게 보여 주었다.
짝!
이든이 손뼉을 맞댔다.
“정말 잘 했어, 사가.“
“음…, 어디 보자.“
주변을 휘 둘러보며 마땅한 장소를 찾는 두 사람.
소녀는 여전히 두 사람이 하는 양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저기가 좋겠어.”
사가는 풀이 무성하게 자란 뜰을 헤쳐 나가며 손을 뻗어 한 곳을 가리켰다.
울타리 너머로 큰 나무 한 그루가 우뚝 서 있다.
그 아래에 깔린 고른 잔디밭이 소풍을 즐기기에 딱 맞는 곳이었다.
이든도 그 의견에 동의한 듯 곧장 뒤따랐다.
그리고 소녀를 돌아보고 고갯짓했다.
소녀도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나무 그늘 아래로 향했다.
펄럭.
천이 세차게 나부끼고 사뿐히 내려앉았다.
하나의 직물로 보이던 깔개는 크고 작은 꽃무늬가 새겨진 조각천을 이어 붙여 만든 것이었다.
색도 모양도 제각각이지만 조화롭게 하나가 되었다.
먼저 깔개 위에 자리를 잡은 사가가 바구니에서 음식을 하나씩 꺼내며 콧노래를 불렀다.
길고 투명한 병에 든 채소 스프, 대바구니에 담긴 푸성귀 튀김, 하얀 접시가 꽉 찰정도로 커다랗고 노릇하게 구운 닭, 사발 가득 절인 채소, 넓적한 접시 위에 핀 전병 꽃과 채 썬 생 채소, 뚜껑 덮인 양념장 통이 서너 개, 수저, 개인 접시.
“환영하는 마음으로 이것저것 푸짐하게 만들고 싶었는데, 아침이라 간단하게 준비했어. 입맛에 맞을 지 모르겠네.“
사가가 작은 사발에 채소 스프를 부어 건네며 음식을 권했다.
이든도 커다란 닭다리를 뜯어 소녀 앞에 놓인 접시 위에 얹어 주었다.
“든든히 먹어 둬, 할 일이 많아 보이니까.“
두 사람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지 않는다.
소녀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생경했다.
그러나 어릴 적 보았던 그림책처럼 온화한 이 풍경이 그리웠다.
또 마음 한 편에 쌓여 있던 지난 날의 서글픔이 안개처럼 피어올랐다 사라졌다.
“여어-.”
소리가 들린 방향에서 담이 위로 뻗은 팔을 크게 흔들며 걸어왔다.
그 옆에 신도 있다.
두 사람은 그들 곁에 스스럼없이 다가와 앉았다.
이든이 친숙하게 인사를 건넸다.
“바깥에서 식사하기 딱 좋은 날씨야.“
사가는 바구니에서 접시와 수저를 꺼냈다.
여분이 있었던 모양이다.
“역시 사가의 바구니엔 없는 게 없다니까.”
담이 쾌활하게 말하며 식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세 사람은 사가가 만든 음식을 먹으며 입을 모아 칭찬했다.
“언제 먹어도 맛있단 말이야.“
“정말 너무 맛있어, 사가.“
끄덕끄덕.
신은 두사람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입을 오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셋의 칭찬에 기분이 한껏 상기된 사가의 눈이 소녀를 향했다.
기대에 부푼 눈이었다.
군침만 흘리던 소녀도 드디어 닭다리를 손으로 들고 뜯어 먹었다.
“맛있어…….“
소녀가 감탄하여 중얼거렸다.
유쾌한 식사가 끝났다.
사가는 빈 그릇을 차곡차곡 쌓아 다시 바구니에 넣었다.
그리고 바구니의 반대편 덮개를 열고 찻잔과 찻주전자와 뚜껑 덮인 도자기 그릇을 꺼냈다.
푸른 수레국화가 그려진 찻잔에 상쾌한 박하차가 찰랑인다.
새하얀 도자기 그릇의 뚜껑을 열자 부드럽고 달콤한 생과자가 가지런히 놓였다.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 못한 해는 흐르는 구름에 이따금 가리어 아침 이슬을 미처 다 말리지 못했다.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 속에 은목서의 향기가 실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