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3

by 아무




열린 창으로 햇살이 쏟아진다.

먼지가 별처럼 빛난다.

유유히 부유하던 먼지가 난기류에 휩쓸려 소용돌이친다.

담과 신이 긴 빗자루로 천장의 거미줄과 먼지를 제거했다.

으엣취.

에취.

둘이 요란하게 재채기를 했다.

사가와 이든은 총채를 들고 구석구석 먼지를 털었다.

이 둘도 코가 가렵긴 마찬가지였다.

네 사람이 지나간 자리를 소녀가 비질했다.

또 다 같이 젖은 헝겊으로 선반과 가구를 닦고 바닥도 닦았다.

소녀가 잠들었던 긴 안락의자는 응접실로 옮겼다.

풀썩.

“휴우, 그래도 일손이 늘어 빨리 끝났는 걸.”

안락의자에 온몸을 내맡긴 이든이 말했다.

사가와 소녀도 안락의자에 나란히 앉았다.

“점심을 걸렀으니 오늘 저녁은 만찬이야.“

사가가 다시 옷소매를 걷으며 의욕 가득한 목소리로 모두를 향해 말했다.

“좋지!”

담이 힘차게 대답했다.

사가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휴식도 마다하고 서둘러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신과 담도 사가를 뒤따랐다.

“소녀여, 그대는 날 따라오라.”

이든이 짐짓 위엄 서린 말투로 목소리를 낮게 깔고 말하며 소녀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소녀는 그녀가 내민 손 위로 조심스럽게 자신의 손을 포개었다.


이든의 집으로 가는 길은 그리 길지 않았다.

두 사람은 오솔길을 따라 나란히 걸었다.

머지않아 길이 크게 굽었고, 그 모퉁이를 돌자 양 길가로 관목이 성인의 키보다 높은 담장을 지었다.

관목은 담장 너머가 보이지 않을 만큼 아주 울창했고, 끝이 보이지 않는 미로 같았다.

이든이 소녀의 손을 꼭 잡았다.

“이제부터 다른 길로 갈 거야. 그러려면 내가 어디로 가는지 안내자에게 귀띔을 해줘야 해. 그래야 덤불 속에서 길을 잃지 않아. 안내자에게 귀띔하는 방법은, 바로 마음속으로 말하는 거야. 이 덤불 속에 들어가면 ‘이든의 집으로 안내해 주세요.’하고 마음속으로 말해. 할 수 있지?”

“네!”

소녀는 조금 의아했지만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잘 따라와.”

하고 이든이 맞잡은 소녀의 손을 지그시 잡아당겼다.

그리고 빈틈없이 빽빽한 관목 담장을 향해 그대로 돌진했다.

순간 빛이 사라지고 눈앞이 캄캄해졌다.

문득 두려움이 서늘하게 밀려오다 이든과 맞잡은 손에서 번지는 따스한 기운에 힘을 잃고 흩어졌다.

소녀는 그 손에 조금 더 힘을 실었다.

‘이든의 집으로 안내해 주세요!’

마음속으로 외쳤다.

여린 가지와 부드러운 잎사귀를 헤치며 이든의 손을 꼭 붙잡고 덤불 속을 걸었다.

약간의 불안과 흥분으로 숨이 차올랐지만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이든의 집으로 안내해 주세요. 이든을 놓치지 않게 해 주세요. 제발 이든의 집으로 안내해 주세요.’

행여 손을 놓치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로 모든 감각을 이든을 뒤따르는 데에 집중했다.

덤불 속에서 빠져나왔다.

푸후-.

소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눈이 부시다.

게슴츠레 눈을 뜨자 이든이 활짝 웃으며 소녀를 칭찬했다.

“잘했어. 처음인데 헤매지도 않고 바로 뒤따라 나오다니 길 찾기에 재능이 있나 봐.”

소녀는 낯선 칭찬에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며 웃었다.

덤불에서 빠져나왔지만 이든과 잡은 손은 아직 놓지 않았다.

“저기가 내 집이야.”

이든이 잡은 손을 다시 지그시 당기며 앞서 걸었다.

수풀을 벗어나자 낮은 울타리 너머로 2층 목조 가옥이 나왔다.

이국적인 외관이 그녀와 잘 어울렸다.

이든은 소녀를 자신의 작업실로 이끌었다.

작업실 한편에는 다채로운 색깔의 고운 옷감이 즐비했고, 다른 한편에는 재봉틀과 커다란 작업대, 사람 크기의 하얀 인형과 체경이 서 있었다.

때문에 소녀는 그녀가 양장사임을 알아챘다.

소녀가 작업실을 둘러보는 동안, 이든은 작업실 옆 옷방에 들어가 옷을 한 아름 안아 들고 나왔다.

“자,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 봐.”

이든이 작업대 위에 옷가지를 펼쳐 놓으며 말했다.

하나같이 고운 천으로 잘 만들어진 드레스였다.

“저는 이런 옷이 필요 없어요.”

소녀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손을 내저으며 사양했다.

“오늘 저녁 만찬을 위해 빌려줄게. 크기는 조금씩 손 봐야겠지만 못 입을 정도는 아닐 거야. 우선 이거부터 입어 볼래?“

이든의 도움을 받아 중간 길이의 분홍색 드레스를 입었다.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이 낯설어 소녀가 주뼛거렸다.

“이것도 한 번 입어 볼까.”

이번엔 연두색 드레스다.

“자, 이것도.”

연노랑 드레스 차례다.

“우와.”

소녀가 거울을 보고 감탄했다.

“옷이 꼭 맞네. 잘 어울려.”

이든은 고쳐야 할 곳은 없는지 잘 살펴본 뒤, 줄자를 가져와 소녀의 치수를 꼼꼼히 재고 기록했다.

“잠깐만 기다려 줄래?”

이든은 소녀를 응접실로 안내했다.

그리고 시원한 차를 내어주고는 작업실로 돌아갔다.

잠시 후, 이든도 옷을 갈아입고 응접실로 들어왔다.

짙은 녹색 드레스를 입은 그녀의 모습에 소녀는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너무 아름다워요.”

소녀가 감탄했다.

“어때? 잘 어울리니?”

“네!”

“어머, 고마워라.”

기특하다는 듯 웃으며 이든이 말을 이었다.

“이제 사가네 집으로 가 볼까?“

소녀가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다시 덤불 속으로 들어갔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소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