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미워요

by 이자영

어느 겨울날 상담 시간에 한참을 침묵하다가 말했다.

“오늘 상담은 진짜 오기 싫었어요”

선생님은 그래도 와줘서 고맙다고 대답하셨다. 짜증이 났다.

“벌써 상담을 받은지 2년이 됐어요”

”2년이 됐죠. 미안해요. 이렇게 오래 상담할 줄은 몰랐어요. 겨울이 올 줄 몰랐나요? 여름이 오면 겨울 생각이 들어요. 겨울이 오겠지. 마음 속으로는 겨울이 올 걸 알고 있죠“

”네. 겨울이 오겠죠. 근데 지금은 선생님이 너무 미워요”

나는 다짜고짜 선생님이 밉다고 했다. 선생님은 차분히 이유를 물어보셨고,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내가 아무 말을 하지 않자 선생님이 다시 말씀하셨다.

“알겠어요. 말하지 마요. 알고 있어요.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어요. 겨울이 올 걸 모를 리 없잖아. 그렇듯이 알고 있어요”

결국 나는 선생님에게 내 마음을 말하지 못했다. 선생님은 알고 계신다고 했지만, 정말 알고 계실까 의문이 들었다. 선생님이 미운 이유는 이 관계가 나에게 소중한 관계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여전히 죽고 싶은데, 선생님이 그걸 막는 방해물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미운 관계는 유쾌하지 않아.

집에 와서 한참을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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