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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리피언 Aug 05. 2022

가만히 있으니까 내가 가마니로 보이니?

전국의 가마니들에게

지난 글 중 내 무딘 성격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지금의 나는 이런 성격을 축복이라 여기지만 그래도 어디 늘 안온한 상태기만 할까. 특히 일할 때는 은근 열받는 일이 종종 일어나곤 했다.


특히 나를 제일 열받게 하는 건 상대의 성격따라 다르게 대하는 사람들이었다.


기자들 중에도 성격이 비교적 무던한 사람도 있고 까칠예민 끝판왕인 사람들도 있다. 어쩌면 후자가 더 많은 것 같기도. 아무래도 문제점을 주로 봐야해서 그런지 좋은 일보단 나쁜 일을 많이 봐서 그런 거라고 변명해본다. 그런데 어린 기자였던 나는 어느샌가 어떤  업계 관계자들 까칠예민 기자들에게 더 신경쓴단 사실을 알게 된다.


이유는 뭐 당연하지 않을까. 자기를 괴롭게 만들 확률이 더 높은 사람들을 알아서 피하는 것이다.

린 마음에는 그게 꽤나 충격적이었다. 싸우는 게 싫고 좋은 관계를 맺고 싶어서 잘해줬는데 저 진상을 더 신경써주다니. 이해가 안됐다.

어떨 때는 섭섭한 마음에 나도 흑화해볼까 싶던 적도 있음을 고백한다.


그런데 쌈도 해본 놈이 잘한다. 하지만 나는 가마니.


그런데 그럭저럭 연차가 쌓이면서 보니 마냥 그런 것만도 아니었다. 그 사람들에게는 앞에서만 그런 척 하는 거지 정말 좋아서 좋은 척하는 게 아닌 거라는 걸 조금 더 경험하고 나서부턴 알게 됐다. 말하자면 똥이 더러워서 피하는 것이다.


다만 여전히 나를 가마니로 보는 것은 기분 나빴다. 연차가 좀 싸인 뒤로는 '내가 몰라서 안 괴롭히는 거 아니니까 가마니로 보지 마라'는 시그널을 보내는 스킬을 익혀야겠다고 생각했다. 말하자면 "x기자랑 친하신가봐요? 저번 자료 따로 주신거 같던데"라며, '어차피 니가 한 짓 다 새나가고 있단다'란 사인을 주는 것이다.


연애도 밀당 못하는 나에게 이런 신경전은 정말 피곤한 일이었지만 상대에 따라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진짜 여우같은 사람들은 이 정도만 해도 당분간은 조심하곤 하니까.


조금 더 지나서는 더 좋은 걸 배웠다. 기자 중에도 진상이 있듯 관계자들도 좋은 사람들만 있는게 아니라서 모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정말 관계를 계속 이어가고 싶은 사람들은 순한 상대라고 만만하게 굴지 않았다. 상대 봐가면서 대하는 사람들과 좋은 관계 맺어서 뭘 하겠나. 좋은 사람들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좋 사람들이다.


사람을 대하는 방법도 사람마다 다르다. 그런 놈들 끝이 안 좋아라고 시원하게 말해주고 싶지만 그런 사람들 중에 여우짓 계속 해가며 잘 사는 사람들도 많다. 결국 나를 지키려면 그런 사람은 쿨하게 쳐낼 수 있는 내 멘탈을 가꾸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나마 말해본다. 지금도 아는 사람 중에 만만한 사람들이 가마니라고 믿는 사람들에게 말하노니, 자기 옆에 가마니가 있다고 믿는 분들 조심하세요. 그들은 가마니가 아닐 수 있다고요,라고.


그리고 전국의 가마니 여러분, 그래도 사람들 가마니보단 진상을 싫어해요. 우리가 잘못된 게 아니니  내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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