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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리피언 Jul 05. 2022

엄마 그 사람 섭외하지 마오

방송 속 스타 전문가 당신에게도 스타일까?

매체 속 스타가 당신에게도 스타일 거라는 마음은 당신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 픽사베이

최근 안 좋은 일로 송사를 고민하던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법에 대해 잘 모르니, 믿고 맡길만한 변호사가 필요한데 고민이라고. 그러다 종편채널에 출연하는 웬 변호사에게 일을 맡기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헐..내가 좀 더 찾아보겠다고 말하고 일단 전화를 끊었다.


생각해보니 나에게 정말 중요한 일이 생겼을 때 어떻게 그 일을 맡길 전문가를 찾을까. 많은 이들이 얼굴 봤던 유명한 사람을 떠올릴 것 같긴 하다. 정말 그 사람들에게 비싼돈 주고 맡기면 잘 될까?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전문가들은 아마도 매체에서 본 사람들일 가능성이 크다. 방송국 놈들이나 신문사 놈들은 대체로 바쁘다. 일단 섭외를 할 때 가장 적임자를 여러방면으로 물색하지만 이게 잘되는 일은 막 흔하진 않다. 그럼 다음 또 그 다음으로 계속 다음 사람으로 넘어가고 사실 결국엔 늘 하던 사람과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듣기로는 공무원들도 그렇다는 얘길하던데.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걸 했다가 책임지게 될까봐 그렇다던가. 유튜브는 그나마의 필터도 없다. 보통 자기가 올리니까.


말하자면 매체 속 우리가 아는 전문가들은 정말 뛰어난 사람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그냥 섭외에 성공한 사람일 가능성도 상당하단 얘기다.


기자로 일하다보면 전문가들의 '멘트'가 필요할 때가 있다. 그런데 전문가들 중 프라이드가 강한 사람들은 질문자가 듣고 싶은 말을 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어떤 경우는 고작 앞뒤 다 자른 10초짜리 멘트 하나 나가는 방송에 출연하고 싶어하지 않는 경우도 상당하다. 뭐 기자랍시고 아무때나 전화해서 이거 얘기 좀 해달라고 하는 무례한 경우에 "내가 맨날 그 생각만 하고 있냐"고 짜증을 내 민망하게 하는 사람도 몇 번 있었는데 사람하고 원만하게 잘 지내는 기술이 떨어질진 몰라도 말은 참 맞는 말이다. 나중에 알아보면 그렇게 까칠했던 사람들이 '찐'인 경우가 제법 있었다. 내부 정치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찐들이 우리가 잘 모르는 대학이나 지방에 짱박혀 찾기 힘든 경우도 적지 않고.


반대로 언제나 기자들이 원하는 멘트를 해주는 '전문가'들도 있다. '버튼 누른 것 같다'는 표현을 하게 될 정도로, 무슨 문제여도 방송에 쓰기 적합한 멘트를 날려준다. 이들은 특히 데일리 뉴스 기자들에게 유명하다. 오늘 당장 기사에 쓸 멘트가 필요할 때, 언제 어디서나 전화해도 정말 유창하게 대답해준다. 그런데 그 기자들, 그 전문가와 관련된 일이 생기면 그 사람에게 일을 맡길까? 음, 글쎄...


그러니 매체에 나오는 전문가들이 모두 실력이 좋아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지말잔 얘기다. 최근 모 예능에 출연한 이들이 논란이 된 경우가 많아 "...의 저주"라는 말까지 나오지 않았나. 그런 사람일줄 알고 섭외했겠냐만 매체의 검증 필터라는게 그렇게 늘 세밀할 수가 없다.

Tv속 그 사람은 당신 일이 아니어도 일이 많다. 픽사베이

사실 그 유명인들이 실력이 있고, 훌륭한 사람일 수도 있다. 내가 '티비에 나오는 그 사람 접어두자'고 말하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당신처럼 생각하고 일을 맡기고 싶어 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거다. 방송에 나올 때마다 의뢰 수가 늘어나는 그 사람에게 당신 일은 그냥 그 수십 수백 수천 개 중 하나다. 실력이 뛰어나도, 내 일을 성의껏 봐줄 시간이 많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당신에게 중요한 그 일보다 그 사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이 수백, 수천 건이니까.


그럼 어쩌냐고? 미안하게도, 기자로 겪은 일들로 이런 얘기는 해줄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결책까지 보이지는 않는게 내 한계다.


암튼 내가 하고 싶은 얘긴 유명한 사람이 자기 일을 잘 처리해줄 거라고 믿고 무리한 비용을 쓰는 무모한 일은 벌이지 말라는거다. 물론 얼굴마담이 필요한 일을 의뢰하는 것이라면 이야기가 좀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최근에는 변호사, 세무사, 중고차 파는 일 등은 여러 전문가들에게 견적을 받아 일을 맡기는 게 가장 무난한 방법인 것 같다. 로x, 세xx, 헤이XX 등 다양한 앱이 나와 있다. 우리의 비전문분야다보니 실수를 할 수도 있지만, 어쩔 수 없이 그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일단 고용해본 이들의 후기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티비 속 전문가에 대한 막연한 호감에 대한 아쉬움에서 글을 시작하다보니 매체 속 전문가들이 마치 모두 별로고 입만 잘 터는 사람처럼 쓴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나름 고갱이를 가지고 그것을 잘 전하고 싶어 매체를 선택하는 이들이 어찌 하나도 없겠나. 내가 만났던 분들 중에도 여러 분 계셨다. 그럼에도 일을 맡겼을 때도 그들이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다주리라는 보장은 여전히 없다. 자신에게 중요한 일을 맡길 때 최우선기준이 'TV에 나온 유명한 사람'이진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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